'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소설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온통 눈 뿐인 고요한 마을이 보이는 것 같았다. 제목 그대로 눈 앞에 설국雪國이 펼쳐 졌다.
주인공 '시마무라'는 니키타 현의 조용한 온천 마을의 온천장으로 간다. 예전에 우연하게 묵은 그 곳에서 만났던 '고마코'를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온천장에서 시마무라는 게이샤가 된 '고마코'와 또 다른 여인 '요코'를 만나게 된다. 소설은 이 온천으로 다시금 오게 한 사랑하는 여인 고마코와 순수하고 아름다운 처녀 요코 둘을 보는 시마무라의 시선을 따라간다.
시마무라는 담담하게 조용하게 자신 마음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과 인상을 표현한다. 창문 밖 설경의 흰 바탕위에 떠오른 고마코의 뺨의 붉은 빛, 찌르듯 아름다운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투명한 얼굴의 요코. 그 둘을 향한 자신의 마음들도 담백하게 표현한다. 시마무라에겐 설국의 하얀 풍경처럼 두 여인도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존재했다.
시마무라에게 고마코는 매순간 정열적인 모습으로 사랑을 구애하고, 요코는 청순하고 순진무구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소설 속에서는 시마무라가 온천에서 머무는 기간동안 매일 고마코가 들락날락하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반면에 요코는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며 쏘아대는 눈으로 시마무라를 바라본다. 요코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 것부터 요코에 대한 신비로움을 더 표현하려 한 것 같다.
눈 덮인 설경속의 마을, 청명하고 깨끗한 하늘, 아득하게 깊은 은하수와 같은 표현들 속에서 여인들의 비현실 적인 아름다움을 너무도 생생하게 묘사한, 활자를 읽고 있지만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