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 윌리 로먼은 돈도 제대로 벌어오지 못하고 두 아들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자살했다. 극단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패는 곧 죽음이 될 수 있다. 60년전 미국에서 만들어진 이 희극은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문제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로 통용되는 성공의 뜻은 돈을 잘 버는 것이다. 따라서 실패는 돈을 아예 벌지 못하거나 조금밖에 벌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윌리 로먼은 철저히 실패 당한 사람이다. 자신은 해고당해서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고 둘 있는 젊은 아들도 방황할 뿐 많은 돈을 벌어오지도 그럴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있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는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바로 자살이다. 자살을 통해 받게 될 보험금은 큰 돈이기 때문에 성공임이 틀림없다. 그는 마지막 남은 것(자신의 목숨)을 팔아서 성공한다. 그는 성공한 세일즈맨답게 마지막까지 성공했지만 그 누구도 울어주지 않는다.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한 기간이 오래될수록 사회는 더 많은 것을 팔고 있다. 물건뿐만이 아니라 물건을 팔고 서비스를 팔며 웃음도 팔고 친구도 판다. 중국의 한 부자는 자신의 자식을 팔기도 하고 사위를 사기도 한다.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세일즈는 우리를 모두 한 세일즈맨으로 만들고 있다. 돈을 잘 버는 사람은 부자일 뿐, 성공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로먼과 같은 세일즈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죽음은 성공이다. 절대 슬플 수 없는 성공. 영원히 성공한 세일즈맨을 기다리는 것도 그의 죽음이 가져다 줄 성공(유산)을 바라는 가족과 친구들뿐이다.
이 책을 보며 또한 느낀 점은 사람은 사람으로써 존재해야지 하나의 꿈으로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 윌리는 사람이기보단 하나의 꿈(성공한 세일즈맨)이었다. 꿈만으로 이루어진 사람은 그 꿈과의 괴리가 클수록 슬퍼진다. 윌리의 꿈이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고 해도(예를 들면 한 여자만을 위한 영원한 사랑) 윌리는 한 사람으로써 존재했어야지 그 꿈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세상은 변하고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며 나도 변한다. 따라서 하나의 점과 같은 꿈과 흔들리는 세상 안에 있는 흔들리는 자아는 결코 영원히 합치될 수 없고 괴리감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은 한 사람에게 영원한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가 주는 단 하나의 ‘성공’이라는 개념은 절대 옳지 않으며 그렇다고 다른 성공의 정해진 개념이 있다고도 믿지 않는다. 성공은 항상 변하고 사람도 항상 변하며 사회도 항상 변해야 한다. 윌리는 꿈속에 사는 성공한 세일즈맨이었다. 그래서 안쓰러워 보였고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