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일 죽는다면 오늘 무엇을 하겠어요?’ 한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한다. 20살 학생들은 한 번도 고민하지 않은 그 질문의 대답을 열심히 생각한다. 나 또한 학생들 사이에 끼여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았다. 고민하기 전에 바로 떠오른 일은 제빵이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빵을 만들고 싶었다. 죽기 전에 내가 제빵을 하고 있으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나처럼 입시와 취업을 위해 공부만 하는 것보단 후회가 없을 터였다. 하지만 제빵을 하려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새로운 길을 선택할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용기가 없어 제빵 배우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지금이라도 시도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넣어주었다. 텍스트 한 자 한 자가 잠재되어 있던 나의 열정과 용기를 일으켜 세웠다. 책 읽는 내내 스스로도 몰랐던 숨은 열정이 타올랐다.
이 책은 아마리의 ‘무모한 도전’에 대한 실화이다. 아마리는 스물아홉 살이 되기까지 사귀던 남자와의 결혼에 실패하고 번듯한 직장도 없었으며, 병상에 든 아버지를 두고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마리는 낮은 자존감으로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칼을 들고 자살시도를 한다. 그 때 매서운 칼날을 뚫고 TV소리가 아마리를 자극한다. TV는 화려한 라스베이거스를 비추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휘황찬란한 불빛과 카지노들이 보였다. 아마리는 라스베이거스에 가고 싶었다. 아마리에게도 꿈이 생긴 것이다.
그 이후로 그녀는 라스베이거스와 카지노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가지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평소 일했던 파견사원과 더불어 호스트바와 누드모델까지 했다. 잠을 줄여가며 일하니 1년 후 목표금액이 모였다. 그녀는 돈을 들고 꿈에 그리던 라스베이거스의 불빛에 지친 몸을 담았다. 1년 동안 돈을 버느라 몸이 많이 지쳐 있었지만 아마 그녀는 곧 죽을 것이라는 일념 하에 마지막 순간까지 견뎠을 터였다. 라스베이거스의 꽃은 카지노. 그녀는 그토록 원했던 카지노에서 카드게임을 하며 이 땅에서의 마지막 밤을 지새운다. 카드 게임이 끝나고 아마리가 번 돈은 단돈 5달러였다. 아마리는 그 5달러를 보는 순간 더 이상 죽고 싶지 않았다. 처음 간 카지노에서 5달러를 번 것이 기뻤던 것이다. 하지만 아마리가 정말 살 의지가 생긴 이유는 단순한 5달러가 아니라 인생의 5달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는 기쁨이 바로 인생의 5달러다. 그녀는 기쁨을 경험했고, 이제 더욱 열정적인 삶을 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책을 읽고 내 ‘인생의 5달러’가 될 꿈이 무엇인가 생각해보았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꿈 말이다. 아마리처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대어 지친 육체도 잊게 만들 꿈이 나에게는 무엇일까 고민해본다. 과연 그 꿈은 제빵사이다. 나는 빵을 만들어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외로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전해주고 싶다. 레미제라블 속 장발장과 같은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 특히나 외로운 대학생들에게 빵을 주고 싶다. 그들에게 내 빵이 엄마의 아침밥을 대신할 먹거리가 되었으면 한다. 새벽 일찍 모닝빵을 만들어 그들의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고 싶다. 그 일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행복한 일이다. 나는 이 행복한 일을 할 용기가 마침내 생겼다. 아마리가 몸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