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아마리는 쥐꼬리만한
월급에,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인물로 표현된다. 파견직으로 3개월씩 근무하고, 3평 남짓한 좁은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본인의 스물 아홉 살 생일에 좁은 방에서 혼자 생일 케이크를 먹다가, 삶의
무의미함을 느끼고 칼을 꺼내들지만 죽음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두려움에 주저한다. 그러던 중 브라운관
속 화려한 라스베거스를 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단 한 번이라도 남은 생을 호화롭게
살아보고 싶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딱 1년의 목숨을 부여한다. 목적이 있는 1년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인턴을 하는 9주간 회사에서 팀장님, 교수님, 대표님, 이사님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들으면서 그분들의 후회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젊을 때 더 놀아볼걸, 이전에 다니던 회사를 조금 더 다녀볼걸.. 그리고 그에 꼭 덧붙이셨던 말은 '젊을 때 꾀 실컷 부리고 많이
놀아봐요', '한 곳에 진득이 붙어있어봐요' 와 같은 조언이었다.
반면 비슷한 연배이시면서도
반대인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머리 잘 돌아갈 때 흥청망청 놀지 말고 진득하게 공부 열심히
해봐야 한다'는 걸 하나의 예시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사회 경험도, 공부한 시간도 짧은 나는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고,
해보지 못한 일을 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으면서도 혼란스럽고 가끔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어떤 선택을 하면 후회를 그나마 덜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지속했던 요즘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한 두 살 많은 선배들이 해주는 말과 팀장님이 해주시는 말이 다르고, 팀장님이
해주시는 말과 대표님이 해주시는 말이 다르구나.. 라는 생각으로 나이와 직책에 따라 후회의 관점이 달라지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보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들은 얘기들을 곱씹어보고 되돌아보며 또 하나 든 생각은,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본인의 목적과 경험에 따라 같은 선택이 후회가
될 수도, 좋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암묵적으로 어느 정도는
정해진 길이 있는 사회 속에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의 선택보다는 사회 대다수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판단을 하는지를 꽤 많이 의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타인의
경험과 삶의 목적을 나의 삶으로 가져오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다르다. 물론 대화를 통해 경험을 공유하고
시야를 확장하는 것은 굉장히 필요한 부분이나, 책을 읽으며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해
공부하고, 나의 소리를 듣는 연습을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주인공 아마리는 평소였다면
가만히 누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 시간을, 스스로를 시한부 인생으로 가정한 후부터 시간의 한계 속에서
주체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한다. 그 속에서 그녀는 누구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는 사원이 되고, 자존감이 높아지고, 스스로를 믿는 능력을 얻고 본인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간다.
책에서는 좀 과장되어
표현되었지만 결국 작가가 전달하고 싶었던 건, 스스로를 굳이 시한부 인생이라고 규정하지 않더라도, 매일매일 어떤 형태로든 움직이고,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나 스스로에게
끝없이 질문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