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집 근처 서점에 들러 읽을만한 책이 없나 구경하던 도중 한 권의 책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책이 내 흥미를 끌었던 이유는 바로 그 제목 때문이다. 그 책의 제목은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이다. 왜, 어떤 이유로 주인공이 죽기로 결심을 했는지, 그렇다면 왜 하필 1년 후인지 궁금했다. 사람은 시답지 않은 이유로 목숨을 버릴 것을 결심하지는 않지 않은가. 내용이 궁금해 책을 집어 든 나는 곧 바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책은 작가 ‘하야마 아마리’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쓰여졌다. 아마리(필명)는 어릴 때부터 특별한 재능도, 좋아하는 것도 없이 평범 그 자체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그녀가 할 수 있던 건 공부뿐이었고 그래서 아무 계획이 없던 그녀는 그녀의 오빠가 갔던 대학에 따라 입학했다. 그녀는 전공이나 어떤 동아리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해 대학 생활을 즐기지 못했다. 그러다 도쿄 대학에 다니는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그를 사랑하진 않았지만 미래가 유망하다는 이유로 그와 계속 교제하게 된다. 25살에 그와 결혼해 안정적으로 전업주부 생활을 해야겠다고 계획했던 그녀는, 그와의 결혼을 생각하던 바로 그 25살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됐다. 이후 정규직으로 입사했던 좋은 회사를 그만두고 재취업을 준비했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력서를 수 백장 뿌렸지만 그녀는 결국 언제 회사에서 퇴사하게 될 지 알 수 없는 파견사원으로 일하게 됐다. 공과금도 겨우 내며 살아가는 생활을 하게 된 그녀는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며 지냈고 서른을 곧 앞둔 뚱뚱한 스물 아홉 노처녀가 되어있었다. 그녀는 스물 아홉 번째 생일에 홀로 자신을 위한 케이크에 초를 불며 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갈 가치가 없는 존재라 생각했고 결국 칼을 들어 손목에 갖다 댔다. 순간 티비에서 화려한 라스베이거스를 소개하는 광고가 지나갔다. 그녀는 그때 인생을 즐길 만큼 즐겨보고 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무작정 라스베이거스행을 결심한 그녀는 1년동안 열심히 돈을 모아 라스베이거스에서의 호화로운 일주일을 보낸 후, 지금으로부터 딱 1년 후 그녀의 서른 번째 생일에 생을 마감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녀가 원하는 만큼 호화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목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녀는 낮에는 파견사원으로, 밤에는 긴자의 한 클럽에서 호스티스로 일하기 시작했고 종종 누드 모델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열심히 돈을 모았다. 그녀는 극명하게 분리되어있는 이 낮과 밤의 일을 온전히 해내기 위해 회사에서도 제시간을 지켜 최선을 다해 일했고, 말주변이 없어 손님 대하기가 힘들었던 그녀는 클럽에서도 이제는 그녀를 찾아오는 손님이 있기까지 변했다. 73kg의 거구였던 그녀는 47kg까지 살이 빠졌고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일주일’이라는 목표를 마음에 품으니 이전에 삶의 의욕을 잃은 채 살아갈 때와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그녀의 자살 계획을 마음에 새겼지만 한편으로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삶의 가치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았다. 라스베이거스에 가기 위해서 철저히 사전조사를 하고 겜블링의 전략까지 공부했다.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달려갔던 그녀는 그 길에서 많은 친구를 갖게 되고 소중한 경험을 쌓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결국 라스베이거스로 떠난다. 그녀가 즐기기로 계획했던 모든 것을 즐긴 후 가진 돈을 탕진하기 위해 그녀는 블랙잭 게임을 시작한다. 결국 카지노의 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다른 게임들과는 다르게 블랙잭은 플레이어가 잘 계산만 한다면 플레이어도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블랙잭을 연마해 라스베이거스에 갔다. 게임에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하면서 정신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 그녀는 밤 12시가 되어 자신의 서른 번째 생일이 되자 게임을 하면서 딴 모든 돈을 들고 다시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얼마나 벌었을까 궁금해하며 돈을 세어본 그녀는 그녀가 가져왔던 돈보다 딱 5달러 더 많이 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그 때,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마치 그 5달러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는 계시 같았다. 그녀는 잔뜩 가져왔던 수면제를 모두 변기에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그녀는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일주일을 기억하며 매일의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가게 된다. 나도 삶의 의욕 없이 무료하게 보내는 날들이 있다. 뚜렷한 목표가 없을 때 나의 하루하루가 마치 아무 의미 없이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간다면 좀더 의미 있는 매일을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마지막 남은 1분까지 열심히 연소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자살을 계획했던 아마리는 그것이 되려 그녀 삶의 원동력이 되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목표라고 하기보다는 어떤 ‘끝’ 즉, 데드 라인을 생각하며 달려갔던 그 길에서 그녀는 삶의 가치와 그녀 자신의 소중함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도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기준에 나를 맞추려 노력하고 그렇게 되지 못할 때 내 가치를 깎아 내리고 좌절하곤 한다. 하지만 시선을 돌려 이제는 나 자신을 보고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허무맹랑한 소설이 아니라 이것이 작가의 실제 경험이라고 생각하니 실제로 나도 내 삶을 더욱 가치 있는 삶으로 만들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