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에이전트, 천사인가?
스포츠 에이전트란 '선수 등 스포츠와 관련된 개인, 경기 단체, 지방자치 단체, 기업 등의 고객에게 스포츠 에이전트 업무에 관한 권한을 부여받아 고객의 이익을 위해 그 업무를 행하고 보수를 지급받는 자'라고 정의한다.
- 1장 스포츠 에이전트, 꼭 필요한가 中
얼마 전, 스포츠 기사를 보던 중 한 에이전트에 관한 기사를 우연히 보았다. 모 에이전트는 일부 야구선수의 FA 계약 체결에 있어 엄청난 협상력으로 큰 금액의 FA 계약금을 따냈는데, 그 비결에 대한 기사였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이제 더 이상 낯선 이름이 아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그들을 고용한 선수를 대신해 일반적 교섭권 또는 대리권을 위임받은 자를 일컫는다. 구단 입단과 연봉 계약, 스폰서 계약 등 선수의 이익을 확보하고, 선수의 이미지 및 수입 관리, 법률과 세무 자문, 스케줄 관리 등을 담당해 선수가 경기 자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포츠 선수들은 그들의 몸, 컨디션이 곧 그들의 재산이자 가치와 다름없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과 신체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일반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달리, '일'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되어있다. 나이 혹은 부상으로 인해 오랜 시간 동안 운동할 수 없다. 이러한 특성 상, 이들에게 있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제대로 평가받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구단이 내부의 객관화된 기준과 평가방식을 바탕으로 연봉을 산정하는 것과 반면에 선수 개인은 구단에 대해 어떤 객관화된 척도나 정보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이 시즌 중에 받은 결과만을 가지고 연봉을 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 선수에게 있어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계약 혹은 연봉 조정에 있어서, 선수는 자연스레 구단에 대해 을의 입장이 된다. 이를 대신해서, 전문적으로 선수들의 계약을 대리하는 역할을, '스포츠 에이전트'가 담당한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담당하는 업무가 다양하지만, 그 중 가장 핵심은 구단과의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에이전트 내부에서 정한 기준과 방식을 토대로 선수 개인에 대해 평가내리고, 이런 데이터를 근거로 구단에게 연봉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 선수와 구단이 직접 대면하지 않기 때문에, 선수 측에서 요구하는 바를 거리낌없이 에이전트를 통해 전달될 수도 있다. 에이전트는 자신을 고용한 선수의 현재 가치 뿐 아니라 여러가지 구단과 리그 내 상황을 고려하여 미래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구단에게 제공하면서 선수의 숨겨진 가치를 밝혀낼 수도 있다. 계약 뿐만 아니라,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선수 몸 관리, 장비 지원, 수입 관리 등 체계적으로 선수를 관리, 지원한다는 점에서 에이전트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드림즈의 구단 상황이 좋지 않아 전체 연봉이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은 크게 반발한다. 이들은 개별적으로 구단 내부의 단장, 팀장과 연봉계약협상을 진행하게 되는데, 결국 급작스레 낮아진 연봉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전문적인 에이전트가 있었더라면, 터무니 없이 낮은 금액을 받아야 했던 선수들을 대신해 이들의 가치가 재평가되어, 연봉조정협상이 조금이나마 선수에게 유리해졌을 것이라고 본다면 이는 에이전트의 밝은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다.
스포츠 에이전트, 악마인가?
전 지방 대학 축구 선수이며 에이전트로 활동한 F는 자신의 대학 축구계 인맥과 구단 관계자들과의 인맥을 과시하며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교 축구 선수의 학부모에게 접근했다. 에이전트 F는 평소 친분이 있는 고등학교 축구부 감독의 소개로 만난 학부모에게 00대학교 총장과 친분이 있다며 축구 특기생으로 수시입학시켜주겠다고 로비 자금 명목으로 5000만원을 요구했다.
- 4장 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한 오해와 진실中
드라마를 조금 더 보면, 연봉조정협상 과정에서 실제로 '에이전트'가 등장한다. 선수 출신이면서, 드림즈의 스카우트팀 팀장인 고세혁이, 비리혐의를 받고 팀에서 나간 이후 에이전트로 등장한다. 고세혁은 에이전트라는 명목으로 선수출신의 지위를 활용해 드림즈 선수들 중 일부의 계약을 대리하는데, 사실 이는 백승수 단장의 연봉계약협상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따라서 본래 에이전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선수들의 의견을 왜곡해서 단장에게 전달해 결과적으로 오히려 선수들의 연봉계약협상이 더뎌지게 만들었다. 드라마 속 고세혁의 사례 이외에도, 이 책에서는 에이전트 분쟁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에이전트가 무자격으로 활동하거나, 금품을 받거나, 고세혁과 마찬가지로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소송으로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다. 에이전트가 선수가 경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어쨌거나 에이전트도 궁극적으로는 '이익'을 추구한다. 무상으로 선수를 위해 희생하면서 돕는 존재는 아닌 것이다. 따라서 에이전트를 정말 믿을 수 있는지 그 신뢰성 혹은 자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에이전트의 자격을 심사하거나 평가하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지 않은 점 등은 일부 도입된 현행 에이전트 제도가 허술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격을 갖춘 에이전트에 대해서는 선수협회나 리그 자체에서 '인증'을 해주는 과정 등을 도입하여, 가짜 에이전트나 에이전트 행세를 하는 자들을 스포츠 시장에서 배척시켜야 한다. 이러한 절차가 없다면, 에이전트는 그 어두운 부분이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에이전트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아니, 에이전트 도입의 문제라고 보는게 더 타당할 것 같다.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서 모든 선수들이 에이전트를 고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에이전트의 입장에서도, 모든 선수들을 담당하고 싶어하지 않고, 몸값이 높고 시장가치가 높은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담당하고 싶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재정적인 여유가 있거나, 시장가치가 높은 선수들이 에이전트의 러브콜을 받을 것이고, 이들을 쉽게 고용할 확률이 높다. 반면에, 재정적으로 어렵거나, 시장가치가 낮은 선수들은 에이전트의 러브콜은 고사하고, 쉽게 고용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저연봉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구단과 직접 대면해 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선수생활을 하는 것이 돈이 덜 드는 일일 수도 있다. 에이전트를 고용할 때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 지속되면 고연봉자들은 에이전트의 지원을 받고 더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며 경기를 준비할 수 있다. 또한, 연봉협상에 있어서도 에이전트의 도움으로 이전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저연봉 선수들은 에이전트의 지원, 관리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 있어 고연봉자들과 저연봉자들의 차이는 더욱 커질 것이다. 선수들 중 고액의 연봉을 받거나 몸값이 높은 이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들에게만 에이전트의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에이전트 제도는 대부분의 선수들에게는 불합리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선수들이 에이전트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에이전트 제도는 궁극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데, 저연봉 선수들, 또는 시장가치가 낮은 선수들이 에이전트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다시 말해, 모든 선수들에게 에이전트 제도가 천사만은 아닌 것이다.
어떤 개선과 노력이 필요할까?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의 성공적인 도입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한국 스포츠 산업의 품격을 한층 높이기 위한 선진적, 제도적 장치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앞으로 에이전트 제도를 어떻게 한국 상황에 맞게 도입하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하게 논의해야한다.
- 4장 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한 오해와 진실 中
이 책에 의하면 공식적으로, 프로야구에는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에이전트와 결별한 선수의 계약 체결', '에이전트와 구단 간의 분쟁' 등에 대한 기사 수십개를 프로야구 뉴스로 볼 수 있다. 정식으로 제도가 도입된 것은 아니나, 이미 일부 선수들은 에이전트의 관리 하에 장비를 지원받거나 스케줄에 맞추어 훈련을 받고 있기도 하다.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에는 허점이 분명히 있지만, 그것의 도입 자체를 부정하기에는 이미 스포츠 시장 전반에 에이전트 제도가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에이전트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스포츠 산업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에이전트 자격의 문제, 저연봉자들과 관련한 문제 등 에이전트 제도의 도입에 따른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의 마련과 그에 앞선 고민이 필요하다. 제도의 정식 도입에 따라 많은 선수들이 에이전트를 두게 된다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나 예상 효과와 그에 따른 대책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예컨대, 많은 이들이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한다면, 선수들의 연봉상승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런데 프로야구의 경우, 고액연봉자들이나 최근 몇 해동안 FA 계약을 체결한 선수들의 연봉에 일명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만약 에이전트 제도까지 더해진다면, 현재도 감당불가한 일부 선수들의 고액 연봉에 거품을 더하는 격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그 예상효과를 고려한 후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리그 차원의 감시가 필요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부분은 에이전트의 자격 문제이다. 가령 앞서 언급한 드라마 스토브리그 속 고세혁과 같이, 에이전트 제도가 공식화되면,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너도나도 에이전트라는 이름으로 스포츠 시장에 진입할 위험이 있다. 이들 에이전트의 자격에 대한 확인을 함으로써 실체 없이 활동하거나, 비밀리에 활동하는 에이전트가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그 내에 에이전트 자격의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철저한 등록 및 심사절차를 두어야 한다. 이후에도, 에이전트에 대한 리그와 협회의 지속적인 감시와 점검이 요구된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보면, 재밌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드라마 속 내용이 드라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낮아진 리그 수준은 물론이고, 스카우트 팀장의 금품수수 비리, 코치들의 파벌싸움, 인성이 좋지 않은 선수 등 그 동안 스포츠 팬들을 실망케 한 부분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실제 스포츠계에서, 이런 문제들이 계속해서 드러나면서, 팬들은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다. 이제는, 스포츠 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제도에 대한 철저한 검토없이, 도입이 이루어지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도입에 따른 효과를 예측하고, 각각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