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열대'라는 이 책의 제목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열대림 파괴와 그에 따른 동식물 및 원주민들의 서식지 파괴라는 환경 문제를 떠올릴 것이다. 나 역시도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그 내용은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왔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내용이었다.
이 책은 과학서라기보다 일종의 여행기, 또는 수필에 가깝다. 다만 기존의 것들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책의 저자가 인류학과 사회학에 박식한 인류학자 겸 사회학자라는 점, 단순한 여행기라고 하기에는 다소 많은 전문지식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다양한 장르의 형식을 띠고 있는 책이므로 전체적인 내용을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는 매우 어렵지만, 단 한가지 확실하고도 인상깊었던 점은 지금껏 꽤 많은 책을 읽어왔다고 자부한 나에게도 너무나 어렵게 느껴지는 책이었다는 것이었다. 장장 700쪽을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의 책들은 원래부터 난해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고 한다.
그 많은 어려운 내용들 중 지금까지도 가장 되지 않은 것은 어째서 책의 제목이 '슬픈 열대'냐는 것이었다. 책의 내용은 분명 그가 브라질을 여행하던 시기 만난 아마존의 다양한 원주민들의 삶과 유대인들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던 시기 본인이 살던 곳을 떠나 유랑하던 시기, 즉 그가 겪은 일종의 모험 이야기가 대부분일 뿐인데, 어째서 '슬픈' 이라는 개인적 감상이 들어가 있는 수식어를 가장 중요한 책의 제목 부분에 넣었을까? 사실 지금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다.
의외로 가장 좋았던 점은 요즈음과 예전 사회의 시각차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처음 책이 출간된 후 개정판이 나오지 않았고, 번역본조차도 20년 전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 시대 학자들의 현실적인 의견들을 들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1950년대 당시 처음 이 책을 출간할 당시의 레비 스트로스는 원주민 사회에서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발표하여 기존 학설을 주장하던 학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한 마디로 그의 사상이 그 당시에 받아들여지기에는 너무 '진보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면 (단순한 번역상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원주민들을 애초에 '미개한' 존재, 그리고 그들의 사회 역시 '미개한' 것으로 규정지어놓고 다른 판단을 시작하는 그의 서술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과 서문에서 이 책의 번역자가 밝힌 바에 의하면,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책의 제목인 '슬픈 열대' 또한 그들의 서식지와 환경이 파괴되어 슬프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도 풍족하고 자원이 넘쳐나는 발전된 현대인들의 사회와는 달리 빈곤에 굶주리는 원주민들의 삶에 대한 비애감에서 오는 레비 스트로스의 감상에서 비롯되었음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의 대표적인 사상인 구조주의를 통해 단순히 원주민들의 사회를 덜 발달된 미개의 상태로만 볼 것이 아니고,
각각의 삶의 형태를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가장 먼저 주장한 사람이기도 했다. 같은 브라질 열대우림에 사는 원주민들이지만 남비콰라족과 보두베오족 각각의 삶과 전통의 형태가 너무나 다르듯이, 그저 다른 사회에 소속되어 있는 '현대인'의 기준으로 또 다른 사회인 원주민들의 사회를 판단하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말이 되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다. 2010년대를 사는 사람인 나조차도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식인 풍습에조차도 '야만적'이라는 딱지를 섣불리 붙이지 않은 것을 보면 어쩌면 그의 사상은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것이 아니었나 싶다.
저명한 학자가 쓴 책이라고 하기에는 그의 판단이나 주장히 강력히 들어가 있지 않고, 조금 정보가 많은 여행기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쓰여져 있는 형식이라 어렵지만 의외로 술술 읽히는 책이다. 그만큼 책을 읽은 독자 본인의 생각을 중심에 두려고 하는 레비 스트로스의 의도가 담겨있는 책인 것 같다. 다 읽고 난 후 생각할 거리가 참 많이 생기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