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레비 스트로스가 어떤 분야인지는 모르지만 무언가를 연구하는 학자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이 책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처럼 세계의 다양한 지역의 민족에 대한 문화 설명과 분석, 결론 내리기의 구성으로 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이건 그냥 책 뒷면에 적힌대로 기행문학이었다. 결론은 없었고,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부분 사이의 필연적인 무언가도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기에 읽을 수 있는 방식을 골랐다. 아무 부분을 펴서 마음에 드는 쪽을 읽고, 마음에 들면 계속 읽어나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읽는다고 한들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본문의 마지막 부분을 읽기 시작했고 이 책을 읽기 전에 인상깊었던 문장인 ‘세상은 인간 없이 시작되었고, 또 인간 없이 끝날 것이다.’가 책의 말미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말의 맥락 또한 알 수 있게 되었다. 저자 레비 스트로스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불교 사원(책에서는 이를 챠웅이라고 언급한다)을 방문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생각한 것들을 서술해나가고 있다.
글의 말미에서 저자는 완전한 사회란 없으며, 더 많은 사회들이 서로서로 비교될수록 어떤 사회도 철저하게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한다. 저자의 이 문장은 이 문장이 직접 언급되는 제 9부에 이르기 전까지, 즉 여러 부족들을 만나 그들의 생활 방식을 쓰고 나서 내린 하나의 결론이었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또 연구하는 사람들은 인류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비교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신화의 유사성은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차이에 따라 세부적인 사항은 다를지언정 기본적인 사고의 틀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위에서 언급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역시 부족생활을 하던 한 사람이 파일럿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언급하며 누구든지 충분한 교육을 받는다면 그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위에서 언급한 문장이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고 그 문단은 다음과 같았다.
세계는 인간 없이 시작되었고, 또 인간 없이 끝날 것이다. 내가 일생을 바쳐서 목록을 작성하고, 또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될 제도나 풍습 또는 관습들은 만약 이것들이 인간성으로 하여금 그것의 운명지어진 역할을 수행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면, 전혀 무의미해지고 마는 어떤 창조적 과정에서의 일시적인 개화이다. 그러나 그 역할은 우리 인간에게 어떤 독립적인 위치를 배당하지 않는다. 또한 비록 인간 자신이 저주받을지라도 그의 헛된 노력들은 하나의 보편적인 몰락과정을 저지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 문단은 무슨 의미일까? 내가 생각하기로는 어떤 문화나 관습들은 그 문화나 관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없어진다면 글에서 표현한 바와 같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 같다. 이 견해는 몇 문단 뒤의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간정신의 창조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 창조란 정신과의 관계에서만이 의미를 지니고, 정신이 존재하지 않게 되면 즉시 무로 빠져버린다.’
글의 앞부분에 썼듯 이 책이 분석책이 아니었다는데에 적잖이 놀랐다. 여행기를 700페이지가량 쓸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그렇지만 매일 정보서적만 읽다가 이런 책을 만나게 된 것은 어쩌면 다행인 일일지도 모른다. 이런 우연이 아니었으면 이 책을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무리하며, 만약 이 책에 관심이 있어 읽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도서관에 가서 그 크기를 한번 보고 읽을 지 판단하는 것이 이로우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