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완벽한 문과적 인간이다. 중고등학교때부터 수학, 과학에 흥미를 느껴본 적은 단언코 한번도 없으며, 화학, 물리 등의 과학 과목의 이름을 들으면 고게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로 과학에 흥미가 없었다. 만일 '화학은 재미없어!'종족이 있다면 나는 그 종족의 왕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할 정도로 과학을 정말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화학을 다룬 책은 모두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이라는 나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화학책 같지 않은 <시크릿 패밀리>라는 제목답게 이 책은 우리 주변의 화학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따라서, 나와 같은 '화학은 재미없어!'종족이라면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보고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화학에 둘러싸여있음을 깨달아보는 것도 나름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기에 읽기를 추천한다.
- 내 주위에 이렇게 안좋은 물질이 많다고?
시크릿 패밀리의 먹을 것 이야기를 보았을 때 굉장히 충격받았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우리가 마시는 오렌지 주스의 사례를 보자. 라벨에 순수 오렌지주스라고 써있더라도 우리가 마시는 오렌지 주스에는 완전히 부서져 만신창이가 된 오렌지 더미를 욕조에 던져 넣어 섞어 놓은 채로 흥건해지는 동안 껍질과 속이 부분적으로 썩게 되게 만드는 펄프워시와 설탕, 약간의 산과 아세톤, 니스 용제, 포름알데히드 혹은 이와 유사한 화학 약품이 들어간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정말 경악했다. 오렌지주스에도 저 정도의 화학 약품이 들어가는데 내가 자주 먹는 컵라면, 햄버거, 아이스크림 등의 음식에는 화학 물질이 얼마나 더 많이 들어갈까. 인간이 점점 더 오래 살게 되는 것은 이런 화학물질이 방부제 역할을 해서 사실 죽어가지만 겉만 쌩쌩해보이게 하는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도대체 이렇게 많은 화학 약품을 섭취하고서도 인간은 어떻게 버티는걸까, 정말 독한 종족이다라는 생각도 했다. 이 책은 이러한 내 물음에 답을 준다.(사례를 보고 드는 궁금증들을 아주 친절하게 풀어준다는 것도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이유였다.) 우리가 이러한 것을 먹고 탈이 나지 않는 이유는 몸에 있는 기관들이 해독 시스템을 작용시켜 첨가물질들의 해로운 성분을 걸러주기 때문이라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먹어온 것들이라서 우리의 몸이 내성을 지녔기 때문에 우리가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이 책은 설명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보고 인스턴트와 주스 등을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내가 발명을 한다면
쉽게 쓰여진 과학책이어서, 읽다보니 내가 발명을 한다면 어떤 것을 응용해서 발명하면 좋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내가 가장 연구해보고싶었던 것은 아주 어린 아기들의 언어 능력에 관한 것이었다. 이 책에 따르면 아기 때 아무리 평범한 아기일지라도 전 세계의 언어를 구성하는 수백 가지의 소리를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아기들은 남아프리카공하국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아프리카언어, 혀 차는 소리 등도 모두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그들의 뇌 속에 어마어마한 특수회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과학자라면, 이 회로를 연구해 성인이 되어도 이 회로를 유지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런 회로를 연구해 이용한다면 후에 다른 나라 말을 번역하는 기계나 다른 나라의 언어를 가르치는 방법등을 개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이러한 회로가 언어영역 말고도 수리영역 같은 부분에서도 존재할까가 궁금했다. 수알못, 화알못이었던 나도 언젠가는 수학, 화학 천재였던 적이 있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 나가며
시크릿 패밀리를 읽고 나서 내 주위의 현상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 독후감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는 수많은 과학에 둘러싸여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지금 화면을 보고 있는 이 안구가 운동하는 것도 과학이고, 컴퓨터도 과학이며 타자를 움직일 때 움직이는 내손, 내가 마시고 앞에 놔둔 물컵에 담긴 물에도 과학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멀고 어려운 과학이 아니라, 내 주위의 과학이 궁금한 사람들, 혹은 과학과 조금이라도 화해의 노력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정말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