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추리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 중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잘 알려진 일본의 작가이다. 일본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가진 이 작가를 내가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책이 재미있기 때문인데, 특히 추리소설의 특성상 사건이 일어난 경위의 당위성이나 동기 등이 현실에서 일어날 법 하면서도 굉장히 색다르고, 범죄 방법 등에 이용된 과학적 배경 등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내가 놀랐던 것은 작가가 원래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일했던, 즉 대학에서 문학 창작을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이력이 작가의 과학적 고증을 더 도왔을지는 모르지만, 존경스러움을 느꼈다.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틈틈히 창작의 길을 멈추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열정에 대학 진학 후 아주 잠깐 전공과 다른 꿈을 꾸다가 난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일찌감치 그 꿈을 접어버린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덕분에 내가 이렇게 훌륭한 작품들을 읽을 수 있게 되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이 책은 한 동네에 새로운 형사인 '가가'가 나타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제목 그대로 가가는 이 동네의 신참자이다. 신입이라는 얘기다. 그는 동네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얘기를 나누고 그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처음에는 별 불필요한 얘기로 책을 채운다는 생각이었으나 이 사소한 대화들이 모두 합쳐져서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는 힘이 된다. 전의 독후감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이런 식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소설을 좋아한다. 사소한 듯한 이야기들이 모두 합쳐져서 하나의 흐름을 이루는 구성으로 된 작품을 읽으면 왠지 한 번 더 읽고 싶어지고, 다시 읽을 때 사소한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써서 읽게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이 내가 읽은 수 많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 가장 좋은 이유는 형사 가가의 매력이 가장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내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 나타난 인물들 중 가장 매력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적당히 무심한 듯 모든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동네 사람들에게 신참자로써 낮춘 자세로 들어가서 그들의 사정을 헤아린다. 겉으로는 무기력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사건해결에 큰 열정을 가지고 온 동네를 누빈다. 나는 외면과 내면의 이런 차이가 가가를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역시 단편적인 사람보다는 입체적인 사람에게 더 매력이 느껴지는 듯 하다. 새삼 깨달았다. 또 소설에서 묘사되는 배경 동네의 투박하고 소박한 모습마저 매력적이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도시화가 많이 진행되었다. 오히려 우리나라 보다 더 진보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의 배경은 이런 첨단 기계화의 일본이 아니라 아직 옛 정서가 남아있는, 장난감 가게에서 손으로 직접 돌리는 팽이를 팔고 (물론 이 팽이의 끈이 후에 살인 도구로 쓰이지만) 할머니와 그 아들은 전병(일본의 전통 과자)를 팔고, 동네 사람들은 서로 오고가며 인사를 주고 받는다. 마치 내가 이 동네의 주민인 것 마냥 생각되게 끔 다채롭게 묘사한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작가의 책 중 가가형사가 나오는 여러 시리즈가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제일 처음 읽기도 했고, 가가 형사가 처음 등장한 이 소설이 그의 진면모를 가장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후에 이 책의 내용과 그의 매력조차 잊혀질 때 쯤 다시 나도 이 책의 신참자가 되어 한 번 더 읽어 볼 의향이 있는 괜찮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