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옷수선집. 소설을 읽은 지가 오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에서 재밌는 소설책이 어떤 것이 없을까 찾아보던 중에 책 제목부터 무엇인가 독특한 느낌도 들고, 표지가 너무나도 예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표지만큼 내용도 예뻐서 그런지 이 책은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 책이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된 이유는 아마 책을 읽다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실험적인 방식으로 배치된 글과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다양한 삽화를 통해서 저자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의도한 것 같다. 특히나 3단배열?이라고 해야 하나 3가지 소리가 한 번에 전달되는 방식의 글의 배치는 매우 흥미로웠다.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 여러 가지 소리가 동시에 전달되지만 소설이라는 매개의 특성상 한 명의 대사나 한 가지 소리만을 전달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다소 실험적인 방법의 글의 배치를 통해 한 번에 3가지 소리를 전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직 내가 한 번밖에 읽지 못해 충분한 이해가 되지 않은 것과 배경지식에 대한 부족으로 삽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되지 못한 것 같다. 만약 저자의 해설이 있다면 삽화와 글의 배치에 대한 해설을 읽고 이 책을 같이 접한다면 훨씬 저자의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소설을 잘 읽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책의 줄거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듯하다 내용이 나오기도 하고, 그 내용을 읽다보면 마치 무아지경의 상태에 이르는 것처럼 아무 생각이 없이 줄거리를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다 읽고 나서 줄거리가 다소 내 기준으로는 어이없게 끝나기 때문에 책을 읽고 나서 멍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책의 내용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살짝 받았다. 두 책 모두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시점의 방황과 두려움에 대해서 잘 묘사한 것 같다. 특히나 이 책에서는 어른이 되어서 이제는 이성과의 교제를 통해서 순결과 사랑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우리 스스로 고찰 해 볼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처음에 나 혼자 책을 읽고 나서는 잘 느낄 수 없었지만 책을 다 읽고 역자 후기를 읽고 나서야 이 책의 저자가 전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조금은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작중에 나오는 마리아나와 아닐리아의 대조를 통해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고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마리아나는 죽음만이 갈라놓을 수 있는 영원한 사랑과 결혼을 꿈꾸는 반면, 아닐리아는 그에 반해 지금 하고 있는 사랑에 대해서 조금 더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다. 마리아나의 순결에 대한 집착과 영원한 사랑 때문에 떠나간 애인 제라르도 때문에 마리아나는 절망의 나락에 빠져있고, 그에 반해 아닐리아는 지상에서 천국을 맛보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사뭇 다른 상황인데도 씨줄과 날줄처럼 계속 엇갈리고 교차되는 두 사람의 삶은 웨딩드레스 수선이 마무리되는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 할 수 없게 된다고 역자는 말한다. 현실과 환상, 마리아나와 아닐리아 사이에 경계가 무너지고 실제로는 마리아나와 아닐리아가 동일 인물인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현실의 마리아나와 무의식속에 아닐리아로 대변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비추어볼 때 우리가 하고 있는 사랑이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순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나는 느꼈다. 물론 순결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사랑하고 있는 상대에게 충실한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문제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사뭇 다르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 고찰 해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