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러한 차이는 작품의 주인공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만세전>의 이인화는 일본에서 조선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검열을 받는다. 이는 내지인으로서의 신분에서 피식민지인의 신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본에 반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은지를 비롯한 정신적인 검열과 일본의 ‘법역’에서 쓰여진 작품들을 조선으로 가지고 들어가진 않는지에 대한 문서의 검열을 포함한다. 이는 우선적으로 조선인을 의심하고 일종의 심사를 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은 이인화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도하고 피식민지인으로서의 인식을 깨워주기도 한다. 검열의 과정은 피식민지인에 대한 차별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아시아의 고아>의 후 타이밍은 이러한 검열의 과정을 일본과 중국 모두에서 거친다. 즉, 일본과 중국 두 국가로부터 모두 차별을 받는 것이다. 작품의 후반부에 일본과 중국의 외교적인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후 타이밍은 일본의 지배 하에 있었던 대민의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수감되기도 한다. 이러한 일본-조선의 관계와 일본-대만-중국의 관계는 조선, 대만 각각의 식민지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간단한 예로 조선의 경우, 조선국민들은 주로 친일파와 민족주의자,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로 나누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대만국민들은 친일파, 친중파, 민족주의자,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차이는 각각의 국가에서 다른 형태의 식민지 특성이 드러남을 암시한다.
이처럼 두 작품이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식민지성이 다르게 표출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또한, <아시아의 고아>를 통해 대만이 겪었던 식민지시절을 간접체험해 볼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