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 수강한 과목의 과제를 하면서 접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밌게 읽어서 독후감을 써 보려 한다. 첫인상은 영화 같았다.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걸 알고 봐서 그랬는지 몰라도, 책을 읽는데 장면이 하나하나 영상처럼 떠오르고 긴장감이 넘쳤다. 쉬운 문장과 직관적인 어투가 읽기 쉬웠고, 대사가 많아 갈등 관계를 보는 맛이 괜찮았다. 쫄깃쫄깃 맛있는 식감으로 아주 잘 쓰인 소설이었다. (집에 있던 오래된 책으로 봤는데, 적당히 오랜 시간이 흘러서 갱지처럼 푸석해진 종이 질감이 책을 더 푹신하고 꽉 찬 두부처럼 만들었다. 덕분에 읽는 맛이 살아서 잘 지치지 않고 여유롭게 읽을 수 있었다.)
책 내용으로 들어가 보겠다.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갈등을 그린 SF소설이다. 릭 데커드라는 안드로이드 현상금 사냥꾼과 방사능 낙진으로 신체와 두뇌 기능이 퇴화하여 닭대가리라고 불리는 J.R.이지도어, 그리고 최첨단 안드로이드인 넥서스-6 버전의 안드로이드 중 한 명인 레이첼 로젠(프리스 스트랜슨)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안드로이드가 너무나 발전하여 인간의 모습과 거의 유사하고, 안드로이드와 인간을 구분하기 위한 감정 이입 정도를 확인하는 테스트 역시 성능 면에서 점점 신뢰를 잃어간다. 진짜 동물을 향한 갈망이 있으나 너무 비싸 전기양으로만 만족하며 살고 있는 릭 데커드는, 수배 중인 (화성에서 지구로 도망쳐 온) 안드로이드를 잡아 돈을 벌려 한다. 그는 안드로이드를 죽이는 것을 ‘은퇴시킨다’고 표현하며, 한 안드로이드 당 천 달러의 값을 하기 때문에 여럿을 죽여 진짜 동물을 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지도어는 닭대가리라 퇴화한 신체 기능의 닭대가리, 즉 특수자로서 전기 동물 수리소에서 운반 일을 하고 있다. 말을 더듬고 영리하지 못하며 둔한 면이 있다. 추가적인 인물들의 소개와 줄거리 설명은 생략하겠다.
이 책에서 인물들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다 보면 나 스스로도 끊임없이 ‘누가 사람이고 누가 로봇일까’를 머릿속으로 생각하게 된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묘사만으로는 인간인지 안드로이드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구분을 위해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차이점이 무엇인가?’를 묻게 되는 것이다. 내용 전개만으로 독자들 스스로 이런 질문을 되뇌며 책을 읽게끔 하는 저자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또한 독자들이 그 질문에 답하려 아무리 노력해도 그럴싸한 답변을 떠올릴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그 다음 질문인 ‘그렇다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건 무엇인가?’, ‘앞으로 안드로이드와 같이 인간의 정의를 혼란스럽게 하는 기술의 발전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와 같은 미래에 대한 질문으로도 자연스레 이어진다. SF소설 작가들이 닿고자 하는 생각의 흐름이 이런 식일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SF소설의 지향점을 충족시켰으며, 나아가 재미와 연출 면에서도 뛰어나지 않았나 싶다. SF는 원래 자주 보는 장르가 아니었는데 이번 기회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장르로 한 발짝 더 가깝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