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라는 제목은 얼핏 보기에 얌전한 제목은 아니다. 어린아이 장난 같기도 하고, 다소 생뚱맞은 형식이다. 하지만 앵무새가 이야기 속에서 어떤 것을 상징하고 있는지와, 그리고 그 글자가 제목에 쓰인 방식을 보면 이 소설의 제목은 꽤나 비관적이다.
아무튼, 이 책은 발간된 지 50년이나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주인공인 스카웃과 젬의 감정선이라거나, 메이콤 사람들의 편견 등이 대상만 바뀌었을 뿐 현재 사회상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여겨지는 건 약간 씁쓸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편견과 질시, 그리고 더 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5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가치관을 올곧게 밀고 나가는 스카웃과 젬의 아버지와, 그 아버지 아래에서 혼란스러울 법도 한데 비뚤어지지 않고 성장하는 젬과 스카웃의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까지 했다.
이야기는 여러 가지 사건을 담고 있어서 읽다가 헷갈리거나 지루할 법도 했지만, 각 사건에 대한 호기심을 끝까지 놓칠 수 없게 중간중간 계속 언급이 되어서 결국 책을 덮을 때 까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운이 남고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괜찮은 책이었다. 지루하지도 않았고, 생각할 거리도 많았다. 하지만 소설의 분위기가 내려앉아 있었던 탓에 소일거리로 읽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운 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