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에 읽은 책으로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목차가 마음에 들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열 두 개의 강연으로 이루어져있다. 그 중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먼저 ‘결정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부분이다. 책에서는 어떠한 일에 대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는 사람을 ‘햄릿 증후군’, 우리가 흔히 쓰는 용어를 빌리자면 ‘결정장애’라고 표현한다. 평소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는 것이 힘들었고, 일상 생활에서 결정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책의 자가진단법을 활용해보니 결정장애 진단을 받았다. 필자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결정장애로 고민하고 있는데, 책에서는 이것의 원인을 과다한 정보 때문이라고 말한다. 모바일, 소셜미디어, 지인들의 정보까지, 오늘날은 과거에 비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채널)이 굉장히 많아졌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너무 많은 선택지가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선택의 패러독스’ 현상이 발생한다. 이것은 선택되지 않은 대안들에 미련이 남고 이로 인해 나의 선택에 불신이 생기기 때문에 생긴다. 이를 막기 위해 책에서 말하는 적절한 선택지의 개수는 3~6개이다. 결정장애에 대한 또다른 원인으로는,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사회 분위기와 상대를 배려하는 결정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인정욕구 등이 있다. 결론적으로 책에서 추천하는 결정장애 극복 방법은 각 선택지의 장단점을 저울질하여 판단을 내리기 보다는 나의 기호를 확실히하고 주체적인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또, 내린 결정에 대해 확신이 있을 때 이러한 결정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음으로는 ‘우리는 왜 미신에 빠져드는가’이다. 개개인의 징크스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는 알게 모르게 접하는 미신들이 굉장히 많다. 예를 들어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지 않는 것, 병원 등에는 4층이 없거나 F층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가 미신을 단지 허풍과 같은 것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가진 사회적 힘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실제로 ‘병오년에 태어난 말띠 여자는 팔자가 사납다’는 미신 때문에 실제 그 해 출산율이 눈에 띄게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미신이나 징크스에 심취하게 되면, 실패나 성공의 원인을 미신 탓으로 돌리게 되고 이는 정확한 현상 파악과 개선의 여지를 적어지게 한다. 이 대목에서 작가가 강조하는 것은 ‘휘둘리지 않는 삶의 태도’였다. 과학적인 사고, 이성적인 판단, 논리적인 추론 으로 회의주의자가 되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최종 목표는 신문에서 오늘의 운세가 사라지는 날이 오는 것이라고 한다. 아마 어려울 것 같지만 실제로 그런 날이 올지 상상해보니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주제는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 지성의 미래는?’ 이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관련 서적이나 과학 저널 등에서 종종 등장하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이제 어딜 가나 붙는 수식어가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다양한 기술 중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바로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은 컴퓨터의 등장 이래로 패턴인식, 음성인식, 의사결정 방법 등과 함께 20세기에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었지만 이 중 상용화되어 비즈니스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은 거의 없었다. 이는 오류 등을 고려할 때 인공지능의 업무 수행능력이 인간의 약 85%에 불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가용 메모리 용량이 방대해지고 정보처리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 것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한계를 극복하고있다. 실제로 아디다스의 스마트 공장이나 미국의 아마존고와 같이 무인으로 운영되는 서비스 들도 속속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 실제 이러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은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아니지만 자율 주행 자동차와 관련된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인공지능의 ‘가치판단’ 문제이다. 자율 주행 자동차를 타고 빠른 속도로 이동하던 중 갑자기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마주치면 보행자를 치거나 혹은 핸들을 급하게 꺾어야한다. 이런 경우 인공지능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간단해보이지만 상황을 보다 극단적으로 설정하여 그 보행자가 운전자의 자녀라면? 부모로서 자신이 다칠지언정 자녀를 살리려는 사람들이 많을것이다. 이러한 복잡하고, 윤리적인 문제를 인공지능이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할것인지 의문이 든다. 곧 인공지능이 현재의 일자리를 상당량 대체할 것이라 주장하기도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이처럼 열두 발자국은 강연 형식으로 쓰여있어 쉽게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들이었지만, 그 주제들이 한번 쯤은 깊게 생각해보아야할 문제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