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은 제인 오스틴이 20살 때인 1797년에 처음 완성되었으나 1813년에 발행되어 크게 인기를 끈 소설이고, 성균 고전 100선에도 수록되어 있다. 처음에 이 작품을 알게 되었을 때는 영화로 보고 난 이후여서 이 소설의 그런 유명세가 다소 납득이 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소설을 찾아 읽게 되고 나서, 등장인물들의 개성 있고 입체적인 모습들과 발랄한 어투로 묘사되어 있는, 백지 위의 까만 글자일 뿐이지만 사랑스러운 느낌이 나는 책을 읽고는 수긍하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베넷 가의 딸들의 결혼에 거의 주가 맞춰진다. 딸들을 부자에게 시집보내고 싶어하는 베넷 부인 때문에 베넷 가의 딸인 제인, 엘리자베스, 메리, 캐서린 그리고 리디아는 무도회에 가게 되고, 거기서 부자인 빙리와 다아시를 만나게 된다. 빙리와 제인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다이시가 가족을 나쁘게 말하는 것을 들은 엘리자베스는 다이시에게 편견이 생겨 그를 싫어하게 되지만, 결국은 그를 사랑하게 된다. 굵은 줄거리는 결론적으로 엘리자베스와 다이시의 사랑 이야기이고 그 주위의 친구와 가족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현재 너무도 보편적인 우리나라 드라마의 형식이지만 당시에, 그리고 왜 아직까지도 이 소설은 유명한 것일까? 말했듯, 작가의 발랄한 서술체에도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강조가 되는 점은 오스틴이 당대의 현실을 소설에 잘 녹여내어 여러 성격을 가진 인물들의 대비를 통해 이를 보여줬다는 것에 있는 것 같다. 당시의 사회는 재산의 여부나 작위, 친인척 등의 관계가 아직도 중요했던 사회로, 여러 사교 파티나 여기서 좋은 남자를 딸에게 이어주고 싶어하는 베넷 부인의 대사에서 이런 것들 것 특히나 잘 드러난다. 그러나 가장 영특하고 예쁨을 받는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단지 이러한 조건만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베넷 가의 재산을 물려받게 될 콜린스 씨의 청혼을 거절한다. 반면에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럿은, 엘리자베스에게 거절당한 콜린스와 결혼하게 되어 자신이 원했던 부를 가진다. 또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와, 그의 언니 제인은 빙리와 이어지게 되며 서로 다른 연애 방식을 보여주며 다양한 구도를 이룬다. 또 한 가지 이 소설의 특징은 다른 책들의 제목과 다르게 ‘오만과 편견’이 소설 내용의 전개를 관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방인’, ‘변신’ 과 같은 제목은 주제나 소재 등을 다루고 있는 제목이지만, 이 소설의 주제는 오만과 편견이 아니다. 처음 사교 파티에서 다아시의 오만(pride)한 태도를 보게 된 엘리자베스는 그는 그런 사람이라고 단정짓게 되고, 막냇동생 리디아와 그의 남편 위컴 장교와도 얽힌 일을 오해하게 되면서 그에 대한 편견(prejudice)를 점점 더 굳히게 된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이러한 편견 때문에 다아시와 제대로 대화를 해 볼 기회를 자꾸 놓치게 되고, 오히려 그녀 또한 다아시의 성격을 마음대로 생각해버리는 오만을 저질렀다고 볼 수도 있는 것 같다.결국은 다소 신데렐라 스토리이기는 했지만, 마지막에 다아시와 엘리자베스가 결국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베넷 가 사람들이 계속 받아왔던 계층적인 압력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었던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200년이 넘은 이야기지만, 주요 내용은 현재의 여러 연애 문학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이러한 남녀 간의 감정 전개를 세세하고 입체적으로 잘 풀어내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