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은 중학교 무렵 영화로 처음 접했던 작품이다. 당시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많은 무도회 장면을 보면서 이런 영화를 왜 만들었지 생각하면서 학교에서 잤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다. 학교에서 영화를 보여주는데 잔 영화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서 책에 관심이 생긴 나는 갑자기 오만과 편견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오만과 편견을 책으로 절반 정도 보았던 시점에서 ebs에서 영화 오만과 편견을 상영해주었고 이것이 인기검색어가 될 정도로 호응이 좋다보니 나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다시 본 오만과 편견은 정말 좋은 영화였고 보면서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 몇 안 되는 영화였다. 그 감동이 남은 상태로 보던 책을 이어서 보게 되었다.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생략된 내용이 많아 전개가 부자연스럽다는 게 영화의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는데 책을 통해 그걸 보완하니 더 완벽한 구성이 되었다. 이 책을 읽은 혹은 읽으실 분들께 영화도 꼭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다. 영화판 오만과 편견은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찍었을 뿐만 아니라 마을과 가문의 여러 등장인물들을 기억하기에도 시각적으로 캐릭터화 하는 것이 더 좋다.
이 책은 다양한 요소를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고전으로 자리잡았다고 생각이 된다. 이뤄지기 힘든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고, 18~19세기의 남녀들의 결혼, 자산 문제 등을 다룬 이야기이기도 하며, 결혼을 위해 처참한 모습까지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 그 속에서도 긍지와 품위를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애찬,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발언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에서의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를 넘어서서 모든 사람의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만과 편견'의 문제에 대해 다룬 책이다. 이 책은 주인공인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결혼에 대해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의 무도회로 대표되는 많은 이성간의 만남, 비중이 낮은 캐릭터들간의 결혼 문제도 다루고 있을 정도로 전반적인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특히 결혼이라는 사회제도는 사랑의 사유화이기도 하기 때문에 토지, 금전적인 문제와 관련된 결혼 얘기도 나온다. 재산과도 깊은 관련성이 있는만큼 아름다울 수만은 없고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정상인 분위기 속에서 작가는 작품 속 가장 부유하고 고귀한 계급으로 그려지는, 사람들에게 오만하고 재수없다고 여겨지지만 알고 보면 성품이 정말 훌륭한 다아시와 가난한 것은 아니지만 높은 계층과는 거리가 있는 그러나 누구보다 자기 주장이 확실하고 재산과 같은 외부적 요소를 남들처럼 중요시 하지 않는 엘리자베스를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아시는 분명 주변에 그의 자산과 미모, 계급을 보고 접근하는 훌륭한 여자들이 많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를 알아보고 그에게 프로포즈를 한다. 물론 자신의 의견이 확실한 엘리자베스는 당시 다아시를 오만함의 극치로 알고 이를 잔인하게 거절한다. 하지만 다아시의 해명과 집안일을 극복하는 과정 등을 통해 둘은 결국 결혼을 약속하게 되고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살아야 하며, 자신이 가진 물질적인 것을 악용하지 말아야 하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고 이로 인한 부작용도 때로 생긴다. 그런 우리에게 제인 오스틴은 비책을 하나 알려준 듯하다, 아마도 오만과 편견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을.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 오만과 편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