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등 그를 수식할 수 있는 단어는 너무나도 많다. 누구보다도 착했던 아버지와 둘이서 자라왔던 오베라는 남자는 실제 교육을 그렇게 받기도 했고 본성도 너무나 순수한 나머지 이 세상 속에서 많은 피해를 받으면서 커왔고, 그로 인해 사기도 당했고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집안이 불타기도 하고... 그러면서 세상에게 수많은 상처를 받아온 그는 누가 뭐라해도 자기 자신이 믿는 것만 믿는 철처한 원칙주의자가 되어버린다.
그러다가 오베는 어마어마한 자기의 이상형인 '소냐'를 만나서 결혼하게 되고 드디어 청년 오베에게도 봄이 찾아오게 된다. 하지만, 그런 오베에게 또다시 닥친 아내와의 스페인 여행 중 버스 사고는 아내 '소냐'가 다리를 못 쓰게 만든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곧 태어날 자식까지 죽여버린다, 다시 한 번 더 세상에 분노하게 된 오베. 오베는 세상을 향해서 분노를 내뿜지만 착한 그의 아내 소냐는 그런 오베를 진정시킨다. 비록 더이상 자식을 가질 수는 없어도 자신의 인생의 의미인 '소냐' 덕에 꿋꿋이 살아가는 오베가 할아버지가 되고, 아내가 암으로 죽게 되자 오베는 이 세상을 더이상은 살아갈만한 가치가 없는 곳이라 생각한다.
아내가 죽은 뒤로부터 자살시도를 계속 하게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그의 이웃들이 그가 자살만 하려고 하면 찾아오지를 않나, 기차에 치이려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고 몸을 가만히 두어도 기차가 멈추지를 않나.. 그는 어떤 의미에서 'Die hard'(죽지않는) 존재가 되버린다.
'죽지 않는다' 삶의 '의미'가 없어져버려 죽고싶은데 죽지 않는다... 그럼 왜 사는가? 오베는 살아있는 기간동안 아내가 없음에도 꾸준히 아내의 삶의 기준에 따라 행동한다. '이러면 아내가 싫어할꺼야', '소냐가 이런 그를 보면 얼마나 실망할지 그는 알고 있다'와 같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그는 아내의 삶의 '의미'를 받아들이게 된다. 아내의 삶의 '의미'는 다름 아닌 '주변의 사람들을 돕는 것'임을 오베는 자신도 모르게 남들을 도우면서 옆집의 얼간이를, 지미를, 아니타를, 파르바네를 도우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게 된다.
고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책은 다른게 아니라 삶의 '의미'에 관한 소설이라고. 하도 세상에 의해서 배신을 많이 당해서 자기 본래의 삶의 '의미' 중에 '남을 돕는다는 것'은 없던 오베가 착한 이웃들을 만나서 남들을 돕는 기쁨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알게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자살'이라는 것에 대해 이렇게 가볍게 적은 작가의 센스가 매우 신기했다. 어째보면 진짜 비통해야 정상인데 그렇게 별거아닌것 처럼 표현하는 작가의 문체가 돋보였다고 하나. 까칠한 오베라는 케릭터가 너무나 많은 상처를 짊어지고 결국 아내 소냐에 의해서가 아닌 세상의 이웃들에 의해 녹아내린다는게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오베라는 남자' 영화로 꼭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