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와 제목이 정말 끌려서 사게 된 책이다. 책은 오베의 시점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오베는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한 후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한다. 그는 아내가 죽은 뒤에도 집안 곳곳에서 아내의 흔적을 찾는다. 혹시 라디에이터의 온도를 그녀가 몰래 올리지 않았는지 살펴본다. 아내 소냐는 흑백과 같은 오베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소냐는 선을 위해 싸웠고, 결코 가져본 적 없는 아이들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었고, 오베는 그런 그녀를 위해 싸웠다. 오베는 사랑하는 아내가 없는 세상을 떠나 그녀의 곁으로 가기 위해 자살을 하려고 하지만,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주변 이웃으로 인해 자살을 자꾸 미루게 된다. 오베는 굉장히 원칙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끝내지 않고 가는 것은 불성실하고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오베의 표현을 빌리자면 건너편으로 새로 이사 온 얼간이네 가족, 자신이 없으면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고양이, 소수성애자인 학생, 옆집 뚱보와의 여러 문제로 인해 그의 규칙적인 일상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책의 내용은 한 남자가 자살을 시도하려 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에 비해 그렇게 긴박하지도 다급하지도 않는다. 기승전결의 구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평소와 같은 일상이 시간대로 흐르는 한결같은 분위기를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가 이 책의 내용과는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왜냐하면 주인공인 오베 역시 한결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베는 곁에 있다면 꽤나 피곤할 인물이겠지만 책으로 보면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다. 자신의 신념을 준수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굉장히 능력이 많은 사람이다. 무슨 일만 생기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거나 돈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 어떤 일이든 해결책을 찾아내고 그 일을 해결해낸다. 아주 아날로그적이다. 이러한 오베를 보면서 나는 스스로가 꽤 똑똑하다고 자부해왔지만, 정작 아날로그적으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편집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깐깐한 원칙주의자인 오베는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그 신념과 원칙에 대해 배우고 자신 또한 그 원칙을 지켜나가지만, 그러한 오베의 원칙에도 변화가 있게 되는데, 바로 사랑하는 아내로 인해서이다. 나에게는 오베가 아내의 죽음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에서 퇴직한 후 자살을 하려다 다양한 이웃들로 인해 여러 일들에 관여하게 되면서 인생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보다는 오베가 아내로 인해 변화를 수용하는 점이 정말 인상 깊었다. 낭비라고 혹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여기던 행동들을 아내를 위해 자신의 원칙을 조금 미루고 행동한다 사실 이러한 내용의 책이나 영화를 접하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계발도 물론 중요하지만 돈, 명예, 사랑 등등 여러 가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굉장히 고집스럽고 완강한 오베가 아내로 인해 자신의 원칙의 변화를 수용하는 모습은 정말 큰 감동이었다. 그리고 사랑은 서로를 받아들여 함께 변화해나가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에게는 그녀의 그녀에게는 그의 흔적과 삶이 씌어 지게 되는 것이다. 영화 노트북에서는 한 평생 진실한 사랑을 한다면 성공한 인생일 것이라고 하는데, 오베의 인생도 성공한 인생이고 나도 그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