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를 다 읽기 위해 나는 여러 번 책을 닫아야 했다. 그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e-book의 가장 큰 장점은 가볍다는 것도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아닌 책을 읽다가 눈물이 날 것 같으면 얼른 인터넷에 들어가 우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지하철에서 혼자 눈물을 뚝뚝 흘리는 청승맞은 모습을 그 많은 사람들에게 보였을테니까.
오베를 설명하는 많은 단어 중 가장 큰 두 가지는 소냐와 사브라고 생각한다.
오베에게 소냐는 온 세상의 색깔이었고 오베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였다. 책을 읽는 내내 오베가 얼마나 소냐를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었고 그와 동시에 소냐가 죽은 뒤 그의 상실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아내가 없지만 자기 몰래 라디에이터를 올리는 그녀의 습관을 따라 온도를 조절하고,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아내의 손가락을 그리워하고, 아내 몫의 커피를 내리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다보면 어느 새 눈물을 흘리고 만다. 아침 내내 동네를 돌며 완고한 고집쟁이의 모습을 보이던 오베가 죽은 아내의 비석 앞에서 보고싶다고 솔직히 말하는 장면에서는 책을 닫고도 한참 동안 눈물을 참으려 노력해야만 했다. 아내에게 처음으로 선물한 꽃의 색이 분홍색이라서 무덤에도 분홍 꽃만을 사가고 아내를 다시 만날 때 멋있게 보이고 싶어 아내가 좋아하던 넥타이를 메고 자살시도를 하는 오베. 그의 사랑이 한결같았다는 사실은 소냐의 고양이 어니스트가 죽고 난 뒤 오베가 한 거짓말에서 알 수 있다. 소냐는 이제부터 자신을 더 사랑해달라고 말하지만 오베에게 그 약속은 거짓이었다. 왜냐하면 오베는 이미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사랑한다는 것이 불가능했으므로.
소냐가 오베의 우직한 사랑을 보여주는 존재라면 사브는 오베의 깊은 내면을 보여주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에게 배운 기술들은 사브를 다루는 것에서 시작했고 사브는 아버지의 자부심이었기에 오베의 자부심이 되었다. 그러므로 사브는 아버지에 대한 오베의 존경과 동경을 담고 있는 존재이다. 또한 루네가 차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그와의 사이가 나빠지는데 사실은 루네에게 아들이 생기고 아들을 위해 차를 바꾸면서 그들의 사이가 틀어지게 된다. 자신이 지키지 못한 아이와 소냐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루네와 예전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던 그는 사브에 그 원인을 돌린다. 그러므로 사브는 오베의 죄책감과 자격지심을 보여주는 존재다.
루네를 데려가려는 하얀셔츠입은 남자에게 패배를 안겨주고 혼자 앉아 우는 오베. 책을 세 번이나 읽고 나서야 겨우 그 눈물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화재로 인해 집을 잃은 뒤부터 시작된 그들과의 악연은 소냐의 사고 이후 깊어졌다. 소냐를 지키기 위해 오베는 그들과 싸웠지만 하얀 셔츠 입은 남자에게 얻은 것이 고작 보잘 것 없는 승리였다는 사실에서 엄청난 상실감과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지켜야 할 소냐도 곁에 없기에 오베의 무력감은 더 컸을 것이다.
오베는 파르바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소냐의 곁으로 갔다. 그러나 사브에 자부심을 가진 남자가 오베의 집으로 이사올 것이고 그는 오베와 같은 삶의 가치를 지키며 살아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베라는 남자는 우리를 떠나지 않고 항상 우리 곁에 남아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찾아올 오베라는 남자를 기다리며 이 책을 읽고 또 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