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을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인만큼 이 책도 든 지 3시간만에 독파했다. 원래 일본 문학은 대부분 잔잔하고, 문체도 뭔가 한국과 달라서 읽기가 힘든 경우가 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긴박함이 있어서인지 일본 특유의 잔잔하고 섬세한 표현이 그 긴박감과 맞물려오히려 플러스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다.
평소 추리소설류의 책을 굉장히 좋아해서 많이 읽는 편이고, 각 작가만의 전개 방식을 느끼며 읽는 것을 좋아한다. 추리소설류를 쓰는 작가들은 자신만의 긴박감을 만들어가는 방법이 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항상 '사방에서 조여오는 긴박감'을 잘 만들어낸다. 여러 인물의 시선, 여러 곳에서 등장하는 단서를 통해 독자들을 헷갈리게 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음을 이 책을 보고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다 보면 퍼즐을 맞추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그 퍼즐이 모자 그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보아뱀을 삼킨 코끼리 그림이었던 그런 반전이 많아서 흥미롭다. 마지막 조각을 맞추기 전까지 이게 무슨 그림인지 모르다가 끝에 갑자기 '헉, 이게 이거였다니!'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용의자 X의 헌신도 역시 조각조각 퍼즐을 맞추어 나가다 보면 갑자기 '아...!'라는 충격이 오면서, 사건의 전말에 대해 알게 된다. 그러다 다시 '아...?'로 돌아가다가 또다시 '아...!'하게 되는 반전의 반전이 있는 소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뒷부분에 계속 튀어나오는데, 그 부분을 읽으며 계속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추리소설인만큼 스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궁금하다면 책을 꼭 읽어보시길!)
- 사람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람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나는 무엇까지 할 수 있는가? 이 책을 읽고나서 내게 든 의문이다. 예전에 어떤 드라마에서 "나를 위해 죽어줄 만큼 나를 사랑해?"라고 물었던 장면이 생각났다. 누군가에게 삶을 포기할 정도로 몰입하게 하는 것. 사랑은 정말 알 수 없는 힘을 끌어내게 하는 참 신비한 존재인 것 같다. 나에게 누군가 저 질문을 던진다면, 글쎄 '그런 상황이 다가와봐야만 알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대답할 것 같다.
사랑을 위해 무언가를 한 사람을 비난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 사랑에 빠져 다른 사람들을 외면하고, 옳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그리 오래 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랑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 것을 생각해보면, 앞으로는 그런 사람들을 더 많이 볼 것 같다. 보편적인 이야기지만, 그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면 그 행동을 비난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자신만의 기준이 있고, 자신만의 이유가 모두 있을테니. 마치 소설 속의 이시가미처럼. 그리고 마지막에 결국 자신의 기준을 따랐던 야스코처럼. 물론 소설 속의 주인공은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짓을 했으므로 그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나, 참 묘했던 것은 분명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임을 알면서도 '사랑 때문이라면 저런 행동을 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적으로 다른 사람을 해칠 정도의 행동을 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도덕을 떠나서, 당신이 사랑때문에 해친 누군가도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누군가일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배려하고 기준을 지켜야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