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불편러'란 사이버 공간에서 '불편하다'는 말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동조를 이끌어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른 정의다. 이러한 신조어가 사전에도 등재된 것을 보니 그만큼 문제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나 싶다. 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다양하지만, 주된 반응은 "왜 이렇게 꼬여 있냐"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다. 사실 나 역시도 저렇게 불편하게 살면 자기 자신만 피곤하지 않을까 생각해왔다.
하지만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우리에게 '불편해지기를' 권유한다. 필자에 따르면 기억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슬픔을 떠올려야 미래의 '희망'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불편함을 인식해야만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뭐가 잘못된 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바뀔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불편해지기'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주관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가공된 정보를 제공받음으로써 알게 모르게 정보 가공자의 주관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아무런 문제의식이나 생각없이 살아간다면 그 가치관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인상깊었던 두 부분은 우리는 별 문제의식 없이 살아가며, 언론이나 여론은 이를 교묘하게 이용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신문이나 우유 배달사원은 승강기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경고문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적이 있었다. 언론에서는 이 문제를 '인심이 각박'한 '강남 문제'로 돌렸다. 하지만 더 근원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 권력관계가 그것이다. 필자는 '최종적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 왜 배달 노동자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 한 번도 이렇게 근원적인 문제까지는 생각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이 부분을 읽으며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했다. 나름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해도 불구하고, 나 역시도 언론에서 주목하는 내용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부분을 가져와보자. 필자는 '세월호 아이들에게: 거꾸로 선 경제학'이라는 부분에서 이렇게 말한다. 세월호 이후 진실 규명, 구조 작업 완료, 책임자 처벌을 기대했으나 "세월호 때문에 경제가 위축된다"는 이상한 논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이 이상한 논리는 소비심리지수, 경기선행지수, 그리고 국내총생산 지표까지 복잡한 통계자료들에 의해 뒷받침되었다고 한다. 기업과 정부가 세월호 같은 선박을 제대로 규제하고 감독하지 못한 것, 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구조하지 못했던 것 등의 경제적 비용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다른 점에서 '경제학'을 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보면서는 소름까지 끼쳤다. 우리가 세상에 아무런 불편함도 느끼지 못한다면 오히려 중요한 가치가 부정되고, 사소한 것들로 왈가왈부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변화하지 못한 채 끝나버릴 것이다.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명 '헬조선'에서 벗어나려면, 더이상 '개, 돼지 취급' 받지 않으려면, 이 말은 잠시 넣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세상에 문제를 제기할 때 비로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