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학생이라면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성균 논어’ 수업을 들으며 읽게 된 책이다. 처음엔 수업과 마찬가지로 지루하고 불필요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성균 논어’ 첫 수업을 마친 후 나의 생각은 편견으로 인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업과 이 책 모두 너무 흥미로웠다.
이 책은 공자의 말씀인 논어를 인, 의, 예, 지 4 파트로 나눠 설명한다. 이 중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이 첫 파트인
‘인’으로, 사람이
갖춰야 할 덕목을 논한다. 1장에서 가장 울림 있게 읽은 구절은 “사람은
사람다워야 한다”이다. 당연한 듯한 말이지만 우리 누구도
정확히 ‘사람다움’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결국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을뿐더러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고, 살아있는 것에 대해 충분히 감사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답기
위해서는 공자가 소개한 인간의 선한 본성인 ‘인’을 실현해야
하는데, 그것은 본인 마음에 있는 악을 몰아내야 가능하다고 한다. 원래
성악설이 더 현실적이라고 느꼈던 나로선 처음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정말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착하지만 환경에 의해 그 착한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일까? 처음엔 의심이 갔지만 책을
읽을수록 점차 공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공자에 의하면 우리 마음속에 있는 ‘인’은 우주의 운행 원리이기 때문에 그 원리를 갖고 태어난 우리 모두는
같다고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본래 같은 뿌리에서 났기 때문에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존중할 줄 아는
공감능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우리가 한 사회를 이루고 관계를 맺으며 상처받기도 하고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것도 다 이 이유에서 비롯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책에선 이를 ‘혈구지도’라고 하는데 ‘혈구지도’란
나의 마음에 빗대어 타인의 마음을 잰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아까 말한 공감능력도 이 덕분이라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적어진다고 느끼는데 우리가 ‘혈구지도’를 간과해서 그런 것 아닐까? 내가 기분이 나쁘다면 타인도 기분이 나쁠 수 있고 내가 배고프다면 타인도 배고플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인’을 실천하는 진정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예’ 파트에서 공경을 다룰 때 각별히 주의 깊게 읽었다. ‘나이가 벼슬’이란 표현이 있을 정도로 요즘 사회에서 나이를 방패 삼아 우위를 차지하고 무기 삼아 권력을 휘두르는 사례가 증가했다. ‘어른 공경’이 ‘어른
절대복종’이 된 것을 보고 공자가 믿었던 유교사상은 무엇인지 회의감이 들었었다. 하지만 의외로 공자가 정의한 공경은 간단했다. ‘서로를 동일하게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이 공경이라 한다. 결국 모든 인간은
수평적인 관계를 갖고 동등한 위치에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들먹이는 공경과 유교사상은
변질된 것이다. 상대가 절을 하면 똑같이 답배를 하고, 상대방이
술을 두 손으로 따르면 똑같이 두 손으로 따라줘야 한다. 물론 오늘날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지만 언젠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지’ 부분에서 나온 일화 또한 흥미로웠다. 바로 우리 학교의 경제관의
이름의 본 주인, 다산 정약용의 일화이다. 다산은 “군자의 학문이란 자신이 닦는 수신이 절반, 백성을 다스리는 목민이
절반”이라 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듯이 그가 어릴 적 농작물을
마음대로 훼손해 “백성을 헤아리지 못하는데 공부가 무슨 소용이냐”는
아버지의 꾸짖음을 듣고 반성해 사회를 위한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다. 오늘날 개인 스펙과 혼자만의
출세만을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를 보며 저절로 창피하고 안타까웠다. 본인의 지식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지 않고 오로지 본인의 부를 위해 쓰는 권위자들은 물론 어쩌면 그런 사람들처럼 되고 있을 수 있는 나 자신 또한 실망스러웠다. 이 부분을 통해 공부를 진실되게 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이 책을 읽은 후 나의 생각과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도 많은 노력을 통해 나의 본성을 되찾아 실현시키고 모든 이들이 평등하고 행복한 ‘대동 사회’를 이루고 싶다. 성균인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