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역사는 국내 정치적 논쟁을 넘어서 국제적 갈등까지도 초래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일었던 일본 역사 교과서 논쟁 및 사죄 문제와 같이, 역사 교육과 역사적 책임에 대한
문제는 이제 국가 사이의 대립을 야기할 정도로 중대한 문제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책임과 기억을 축소하려 하는 ‘말살 역사학’까지 등장하면서 대중들의 역사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의 영향으로 모든
역사적 서술은 완벽하지 않으며 상대적임을 인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이와 같은 말살 역사학과 역사 왜곡 문제는 더욱 번거롭고 중요한 과제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들이 급속도로 발전하여 개인의 역사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역사의식 문제는 한층 더 복잡해진다. 각각의 미디어들은 특정 과거 사건에 대한 개개인의 감정과 역사 지식을 형성하는 데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디어는 한 개인과 과거 사건이 특정한 방향으로 연결되는 과정에 깊이 개입하고는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미디어들은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국경을 초월하면서 세계 곳곳의 사람들의 역사에 대한 이미지와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이 책에서 언급한 ‘해석으로서의 역사’와 ‘동일화로서의 역사’라는 두 측면이 지닌 관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능동적인 미디어 활용법이다. 아래에서 필자는 ‘해석으로서의 역사’와 ‘동일화로서의 역사’의 관계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다양한 미디어들과 함께,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TV라는 매체가 우리의 역사의식 형성에 어떻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짚어볼 것이다. 또한 이러한 미디어들을 어떻게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위해 역사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제시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