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1을 읽고 인간의 신분상승에 대한 욕망, 기회주의적인 태도, 속물적인 세태 속에서도 진실하고 일관된 인격을 지켜나가는 사람들( 대표적으로 조 가저리)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위대한 유산2를 빨리 읽고 싶었다. 2권도 역시 1권과 마찬가지로 400페이지를 넘는 분량이었다. 솔직히 분량에 대한 두려움, 거부감이 있었다. 그러나, 핍에게 유산을 물려준 사람이 누구인지, 핍은 자신의 속물적인 태도에 대해 깨달음을 얻고 뉘우칠 수 있을지, 막대한 유산은 온전히 핍에게 남겨질지, ‘위대한 유산’이라는 제목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지에 대한 궁금함이 앞서 언급했던 두려움, 거부감을 압도했고, 결국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2권에서는 많은 사건의 내막이 드러난다. 우연히 갖게 된 막대한 유산으로 방탕한 생활을 하던 핍에게 유산을 상속해준 사람이 핍이 어렸을 때 음식과 줄칼을 갖다 줬던 탈옥수였다는 것, 그리고, 그 탈옥수는 핍이 그 때 자신에게 보여줬던 순수함, 배려에 감동받아 지금껏 타지에서 열심히 일을 해서 그에게 남길 재산을 모았다는 것, 그리고 이 탈옥수가 핍이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자인 애스텔러의 아버지였다는 것 등 정말 많은 과거, 진실들이 드러난다. 이러한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 중에 느낀 점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전지전능한 사람은 작가가 아닐까 싶다는 것이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정말 말도 안되는 인간관계를 소설 속에 구현해 놓고, 아무리 자신에게 유산을 물려줬더라도 ‘탈옥수’라는 이유로 프로비스에게 엄청난 혐오를 보였던 핍이 죽음을 앞둔 그를 사랑해주고, 마지막까지 곁에 있어주는 것 즉, 어느 한 인간에 대한 태도가 이렇게도 극단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을 보면서 ‘작가’라는 존재가 정말 엄청나게 무한한 힘과 자유를 갖췄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것들이 소설 속에서만 국한될지라도 말이다.
이 책은 지금의 세태와 결코 다르지 않은, 정말 다양한 인간의 면면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죄수’였던 자신에게 보여준 호의를 되갚기 위해서, 일생 동안 관대함과 감사함 하나만으로 열심히 살아온 매그위치, 신분상승을 겪고 허위의식에 빠진 제 친구가 비천한 신분인 자신을 외면하고 무시했어도, 결국 그 친구가 파멸을 맞아도 끝까지 일관된 모습으로 진심과 다정함을 보여준 인간(조와 비디), 물질주의적인 세태에 찌들고, 생색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추악한지를 보여주는 펌블추크, 이뤄지지않는 사랑에 사람이 얼마나 상처받고 나약해지는지, 우연한 기회로 갖게 된 ‘부’를 보통사람이 감당해내기가 어렵운지, 그리고 인간은 시련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소중한 사람이 누군지를 깨닫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핍, 자신의 상처에 대한 아픔을 타인에게 상처주는 것으로써 치유하려하고, 세상의 밝은 면을 외면하는 사람은 결국에 후회하고 절망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미스해비셤 등 이 작품의 인물 한 명 한 명이 깊은 울림과 깨달음을 줬다. 나도 일확천금을 호시탐탐 기다리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상대적으로 좋은 역량을 갖춘 부문에서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지는 않았는지, 또 재력, 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일관된 존중을 보였는지, 타인에게 주는 상처가 결국은 내게로 돌아온다는 것을 망각하지는 않았는지,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내게 베푸는 호의, 친절을 당연한 것, 영구적인 것으로 여기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등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고 많이 반성할 수 있었다. 은혜를 갚을 줄 알고, 자신의 잘못에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 매그위치의 모습, 한결같이 타인을 존중하고, 대장장이라는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조의 모습, 미래를 내다볼줄 아는 혜안을 갖춘 비디의 모습을 본받고 싶다.
이 작품의 제목이 의미하는 ‘위대한 유산’은 프로비스가 핍에게 준 막대한 재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재산을 상속받는 과정 중에 핍이 깨닫게 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용서와 사랑의 가치, 그리고 자신의 허위의식과 속물근성에 대한 반성의 기회가 어쩌면 이 작품의 제목이 상징하는 ‘위대한 유산’이 아닐까...
내게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된 조 가저리처럼 근면함과 성실함을 우선시하고, 타인에게 진정성있는 모습을 보이는 삶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