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원을 거닐다> 를 읽고
2016311225
러시아어문학과
김채린
나에게 ‘유럽’이라는 세계는 낯선 공간이 아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를 여행했었고, 이 책에 나오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 또한 모두 여행을 다녀온 곳이기에 책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 책은 나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반면에,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정원’이라는 주제이기에 이 책을 잡았을 때 친근함과 동시에 낯섦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레 겁을 먹었던 것과는 다르게, 이 책은 유럽의 여러 정원들에 대해서 저자가 여행할 곳을 소개하듯이 가이드처럼 친근하게 안내하고 있는
책이었고, 덕분에 이 책을 통해서 유럽의 여러 정원에 대해서 조금은 더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 등 4개국의
정원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다녀왔었던 나라들과, 또 그 곳을 여행하면서도 잘 알지 못해서 무심코 지나쳤던 아름다운 정원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4개국의 여러 정원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정원은 이탈리아의 정원이었다.
이 책에 소개된 나라들 중 내가 가장 최근에 다녀온 곳이기도 하고, 현재까지도 유럽 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로마제국의 혼이 여전히 살아 숨쉬는 고장인 이탈리아의
정원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탈리아의 여러 정원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정원은 <빌라 카레지(Villa Medicea di Carreggi)>이다.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정원이지만, 이 책은 여행을 하듯이 가볍게
읽는 책으로 구성이 된 만큼 기대만큼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있지 않은 것이 안타까워서, 내가 더 자세하게 조사를 해보았다. 이 정원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탈리아의 메디치(Medicea) 가문은 예술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근대 유럽
문화에 큰 영향을끼친 대표적인 가문이다. 메디치 가문은 토스카나 지방 전역에 12채의 빌라와 2곳의 플레저 가든을 만들었는데, <빌라 카레지(Villa Medicea di Carreggi)>는 메디치 가문의 별장들 중 가장 최초의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빌라 카레지는 피렌체 시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1457년 한 영주의 오래된 저택을 리모델링하여 아름다운 정원과 빌라로 구성된 플라톤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플라톤 아카데미는 15세기 피렌체 지식인들의 연구의 중심지였으며, 당시의 르네상스 인문주의의 요람이었다고 할 수 있다.
빌라 카레지는 르네상스 초기 정원 양식을 대표한다. 당시 메디치 가문은 다른 피렌체의 귀족들의
정서처럼, 고대 로마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고, 따라서
로마의 별장 정원을 재현하고자 하였다. 고대 로마 정원을 재현한 식생 중 특이한 것을 뽑자면 배롱나무가
있는데, 전 세계에 세 그루가 있는 배롱나무 중 두 그루는 터키에 있고, 나머지 한 그루가 이 곳 빌라 카레지에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정원들 중 유독 이 정원에 내가 애착이 간 이유는, 이 정원이 르네상스
시기의 이탈리아 인문주의의 중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플라톤 아카데미는 15세기 이탈리아 지식인들의 연구 중심지이자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인문주의의 요람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러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카데미’는 원래 교육기관이나 연구의 중심지라기 보다는 ‘사색의 정원’ 혹은 '사색의 전당'으로서의 기능을 더 크게 수행하였다. 하지만 메디치 가문이 플라톤 아카데미의 후원자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플라톤 연구의 중심지가 되어갔다. 그리고 그 결과 빌라 카레지는 지금까지도 인문학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있는 정원이 되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여러 나라의 수 많은 정원들 중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정원은 빌라 카레지였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다른 많은 사람들도 각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정원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정원’에 대한
환상을 구체화 시킬 수 있었다. 같은 유럽 내에도 여러 다양한 종류의 정원들이 있으며, 같은 나라 안에 있는 정원이라고 하더라도 전부 다른 의미와 성격을 지닌다는 것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