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11717 임형준
어릴적부터 아파트에서만 살아와서 마당을 가져본적이 없었다. 엄마는 거실한켠과 베란다를 여러가지 식물들로 작은 정원으로 꾸며왔다. 엄마는 부지런한편이 아니지만 생각보다는 관리하는데에 손이 많이 가는 일을 왜 하시는걸까 그땐 몰랐다. 올해초부터 학교앞에서 자취를 시작했는데, 가끔 집에 갈때마다 거실의 작은 정원에게서 받는 여유와 활기에 그 이유를 조금 찾았다. 군복무를 할때 규모가 큰 탄약고를 관리해서 예초작업을 매우 많이했었는데 그중의 낙은 탄약반장님과 탄약고 외곽에다가 텃밭정원을 조경하는 것이었다. 대추나무, 앵두나무, 꽃 등을 심었었는데 간격도 줄자로 재고 색깔까지 고려한 장기프로젝트였다. 잡초도 제거하고 잔가지도 쳐내며 식목일에만 하는 행사인 줄 알았던 나무심기에 흥미를 가졌다. 이 수업을 신청하게 된 이유도 교양과목들을 훑어보던 도중 다른 과목들과 달리 생소한 정원이라는 것에 대해 배우며 내게 부족한 견문을 넓혀줄 것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 잔디위에 짙은 녹색의 둥그렇게 다듬어진 나무들이 그려진 표지에 매료되었다. 은은한 색감과 햇살을 받으며 다소곳이 앉아있는 것 같은 나무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유럽의 정원'이란 영화에서 보았던 미로정원이나 베르사유 정원같이 정형미를 내뿜는 것이었다. 기하학적으로 질서정연하게 배치된 정원이 내게 가장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 독일 네 나라의 정원과 그 도시, 국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풀어내고 있다.
첫번째로 소개된 나라는 이탈리아이다. 처음 이탈리아 정원 사진들을 보고 느낀점은 낡은 건축물들이 많고 상대적으로 화려함이 적고,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의 느낌도 조금 받았다. 이탈리아는 고대로마유산을 지닌곳이다. 이시기에 생긴 인본주의는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사상으로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있다고 한다. 신을 받들여 높은 곳에 신전을 세우던 고대로마시대와 달리 인간이 신의 입장에서 아래를 바라보게되는 위치를 가지게 되면서,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인위적 풍경을 즐기게 된다.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바로크 양식의 대미를 살린 카세르타 궁원이다. 사진을 보고 압도되어 조금더 찾아보았는데 카세르타 궁전은 나폴리의 부르봉 왕가를 위해 지어진 궁전으로 현존하는 유럽에서 가장 큰 궁전이자 이탈리아내 최대규모의 정원이라고 한다. 궁정 뒷부분에 마련된 조각상, 인공분수등이 아름답고 베르사유 정원과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다음은 프랑스 정원이다. 프랑스는 낭만과 예술의 나라라는 인식이 있어 기대를 했다. 절대왕정을 겪었던 나라인 만큼 그 특징이 정원의 크기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정원은 통치자들이 그들의 권위를 표현하는 방식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규모가 큰 정원이 많은 것 같다. 바로크양식의 화려함과 형식적인 아름다움, 평면기하학식 정원이 프랑스 정원의 특징인 것 같은데 이에 대표적인 베르사유정원은 거대한 규모의 크기임에도 규칙적이고 균형이 잡힌 배치로 멋을 낸다. 프랑스 편을 읽으면서 정원이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곳곳에 품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영국은 초기의 정형식 정원에서 계몽사상의 영향으로 자연환경을 중시하게 되어 풍경식 정원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풍경식정원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열등감을 지녔던 영국이 극복한 방식이다. 필자는 소박하게 바라봐야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영국의 풍경식 정원, 시골의 고티지 정원은 상대적으로 정돈되지 않고 시각적으로 주는 아름다움보다 말그대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평온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영국에는 자원봉사자가 많다고 하는데 사람들의 정원에 대한 인식이 일상생활과 밀접하고 정원을 가꾸는 생활을 즐기는 모습이어서 자연스럽고 따뜻한 정원을 만든것 같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정원들과는 달리 영국의 것들은 내게 좀더 친근했고 사람들이 정원문화를 즐기는 느낌이 많이 났다.
마지막 독일정원은 이미 발달된 다른나라들의 바로크양식, 풍경식정원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정원의 바로크양식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독일은 분단과 통일, 전쟁을 겪으며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포츠담에 있는 상수시 궁전은 프랑스어로 '걱정이 없는'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독일내의 정원 이름이 프랑스어로 지어진 것이 흥미로웠다. 베를린 역시 영국의 정원처럼 시각적인 임팩트보다 숲과 도시가 자연친화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럽여행을 가본적은 없지만 유럽의 정원에서 이야기를 듣고온 기분이 들었다. 정원은 사람이 만든 작은 자연이다. 이는 인간에게 대자연이 주는 감동과는 사뭇다른 활력과 안식을 준다. 또한 아주 오래전부터 정원에 문화와 시대상을 반영하고 흐름에 따라 발달되어 온것을 알게 되어 의미있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