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원을 거닐다’를 읽고
2016314075 염준경
이번 학기에 ‘세계의 정원과 문화’ 수업을 듣기 전까지 나는 ‘정원’과 굉장히 먼 사람이었다. 기르는 화분도 하나 없고, 정원은 영화와 사진 속에서나 보았지 직접 가본 적이 거의 없다. 유럽을 여행해본 적이 없으니, 유럽의 정원 문화가 얼마나 풍성한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수업에서 다양한 정원들에 담긴 문화와 역사를 보고 들으며 흥미를 느꼈고, 한편으로는 정원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평화도 느꼈다. 그 평화 속에 엄청난 문화와 역사들이 깃들어있다는 것이 놀랍다. 공부하는 기분보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여행하는 기분으로 수업을 들었다. 정원에 대한 이런 긍정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흥미를 가지게 되니, 한결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나중에 유럽 여행을 가게 된다면 어디에 들를 것인지, 어떻게 둘러볼 것인지에 대한 조언들을 얻어가며 읽었다. 책에 담긴 정원의 사진들을 보면서 드는 감정에도 집중해보았다.
책에서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의 정원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그 곳에서의 생활을 직접 경험한 분들께 현지 이야기와 여행 팁을 듣는 느낌이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국가별 정원들에 대해 간략히 소개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탈리아는 엄청난 문화와 역사들을 담으며 유럽 정원 문화의 뿌리에 있는 느낌이었다. 직접 방문하면 웅장하고 묵직한 분위기에 압도될 것 같았지만, 편안한 느낌을 받지 못해서 쉽게 읽히지 않았다. 프랑스의 정원들은 바로크 양식을 취하여 규칙적이었고 권위가 드러났다. 왕권이 강력할 때 발달한 만큼 인위적이고 남성적인 느낌을 풍겼는데, 정원에 깃든 역사 이야기를 읽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영국의 풍경식 정원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추구하는데, 그러한 모습에 인위적인 의도가 깃들어 있다는 점을 한번쯤 생각해볼만하다. 영국인들의 생활 속에는 정원 문화가 완전히 스며들어있다. 영국인에게 있어 정원은 곧 생활이라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독일 정원은 프랑스식 정원을 받아들이는 데 한계를 느끼며 소유주의 개인 취향이 보태졌다. 통일 이후의 수도인 미래지향적 도시, 베를린에 대해 다양하게 살펴보면서 정원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프랑스와 영국 정원에 대해 읽으면서 흥미를 느꼈다. 프랑스 정원은 바로크 양식을 따라 규격이 드러나고 인위적인 반면, 영국 정원은 풍경식 정원으로 자연과 비슷하게 꾸미기 때문에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프랑스 정원은 인위적이고 권위적인 느낌 때문에 불편하고 부담스럽다는 평을 듣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는 ‘세계의 정원과 문화’ 수업에서 바로크 양식의 정원 사진들을 보고 왠지 모를 마음의 안정을 느꼈다. 책 속에서 인위적인 바로크 양식을 보고 규칙과 규격 속에서 답답함이 아니라 마음의 안정을 얻는 사람들도 많다고 읽었다. 만약 정원을 꾸미게 된다면 규격에서 나오는 안정감과 자연스러움이 어우러진 정원을 꾸미고 싶다. 책에 제안되어있듯이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진 정원이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점에서 영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시싱허스트 정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정원에 담긴 이야기도 흥미롭고, 두 주인의 성향, 즉 정형과 비정형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즐거웠던 것은 정원 문화를 딱딱한 역사 이야기로 설명한 것이 아니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일상 속의 이야기로 담은 것이었다. 현지 사람들이 정원 문화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며 정원을 가꾸고 방문하면서 기쁨을 얻는 모습이 보기 좋고 부럽기도 했다.
유럽의 정원들은 풍부한 역사를 담고 있다. 역사의 사전적 정의는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이다. 즉, 역사 정원들은 옛사람들이 살아온 흔적을 담으며 변화해왔다. 그 흔적들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운 볼거리들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정원 문화는 지금도 유럽에서의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으며, 따라서 유럽의 과거와 현재를 몸소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점에서 정원 여행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정원을 중심으로 하는 여행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찾는 즐거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여행할 때처럼 다다익선을 추구하기보다, 여유 있게 여행해보아야 정말로 정원 문화를 현지인처럼 느낄 수 있을 거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정말 제대로 즐겁게 느끼기 위해서는 정원만 살필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을 살피면서 보아야 한다는 조언도 새겨들었다.
수업을 듣고 책을 읽으며 정원에 대해 알아갈수록 유럽에 대한 흥미도 덩달아 생겼고 직접 여행하며 유럽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졌다. 유럽에는 굉장히 많은 볼거리가 있기 때문에 다다익선 식의 여행이 되기 쉬우나, 정원을 살피며 그 속의 여유와 소소한 재미들을 얻어가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 그 때 이 책을 다시 한 번 펼쳐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