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10261 경영학과 허창조
이
책을 읽기 전... 더 이전에 세계 정원과 문화 수업을 듣기 전에는 ‘나를
포함한 대학생들에게 정원은 어떤 존재일까?’부터 궁금증이 들었다. 이후에
취업을 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지만, 사실 우리는 하루하루 살기 바쁜 대학생활을 하면서 정원에 신경 쓸
만큼 여유롭지 않고, 심지어 일상생활에서 정원이라는 단어를 한 달에 한 번 쓸까 의문이 들만큼 익숙한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혜화
근처 창경궁, 창덕궁도 수풀과 정자로 이루어진 정원이 있고 더 가까이에는 혜화 마로니에 공원이나 낙산공원, 심지어 학교 내 인문관 뒷편이나 옥상에도 정원처럼 공간이 가꾸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한복판에도 주변 곳곳에 정원이 있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공간이 정원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산다. 하지만 나처럼 밤에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나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 연인과 밤공기를 마시고 조용히 정원로를 거니는 데이트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작은 정원이라도 집 근처에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원의 풀내음을 맡고 고요함을 느끼고 있노라면
하루 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씻어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의 정원은 어떤가. 중학생 때 가족과 함께 서유럽부터 동유럽까지 아울러서 패키지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대부분 역사적 유적지나 박물관, 시장 등을 많이 갔지만 중간중간에
서양 풍의 정원들을 몇 군데 갔었던 기억이 난다. 책의 절반
가까이가 사진으로 채워져 있을 만큼 많은
시각적 자료들과 대화 형식의 글 전개 방식은 나에게 가물가물한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마치 유럽 정원을 오랫동안 공부한 전문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각국의 정원을 현장학습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이탈리아의 정원부터 발자국을 남긴다. 고대 로마가 모든 유럽국가들의 뿌리가 되는 지층역할을 하면서 시대는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 시대에는 빌라 정원들이 주를 이루는데, 이곳에서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정원을 주력적으로 조성한 교황, 성직자나 부를 누리고 있던 귀족층이 뜨거운 유럽
남부지역에서 별장을 짓고 정원에서 휴식을 취했다.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하고 거대한 베르사유 정원은 어떠한가. 루이 14세, 그의 사상과
관념이 담긴 베르사유 정원은 당시 전제왕권을 위해 매우 거대하게 지어졌고, 이 정원 내에서 기하학적, 수학적, 건축적 요소들을 포함해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의 극치를
맛볼 수 있다. 웅장하고 정제된 정원의 풍경은 마치 루이 14세가
태양왕이 되기 위한 발판을 다지는 모습과 같다고 생각된다. 단순히 더위를 피하고 미관적인 목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인 요소의
영향을 받아 그 계층의 의식이나 관념 등이 정원에 고스란히 반영 된 것을 보면 정원은 정원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되었다.
영국은
풍경식 정원이 발달하였다. 영국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비해 정원의 발달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정원 양식이 발달하였다. 일반적으로 영국은 신사의 나라라는 이미지, 품격있고 딱딱한 이미지가 나에게 바로 생각이 났기 때문에 정원 또한 정형적이고 거대하며 웅장할 것이라고 으레
짐작하기 쉬웠지만 사실 영국은 소박하고 시민사회적인 느낌이 강하다. 시민들의 일상에 묻어있는 생활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러운 터치의 느낌을 갖는 정원의 사진들이 많이 보였고, 딱딱하고 웅장하며 정형적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정원과는 다르게 색채 또한 다채로웠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정원의 특징은 온실이 있다는 것인데, 이것 또한 이 시대만의 고유한 특성이다. 굉장히 더운 지역이었기에
수풀과 물로 정원 시설을 꾸몄고 뭔가 은유적이면서도 세밀한 특징적 모습들이 나타난다. 이처럼 각 국가의
특정 시대 정원들은 그 시대만의 독특한 양식이 있었고 이는 그 정원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된다.
보통 프랑스 정원 하면 정형적이고 웅장한 모습이 떠오르게 되고, 이는 당시 바로크 시대의 전제왕권을 반영하는 상징물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제된 양식 말고도 모네 정원과 같은 풍경식 정원 또한 하위 문화 느낌으로 발달하였다. 영국의
풍경식 정원도 일상 생활의 자연스러움을 주된 특징으로 갖고 있지만, 사실상 이러한 양식이 초기에는 귀족층을
중심으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결국 각 국가의 정원이 대표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원들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으며, 정원 하나하나가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다양한
사진과 자료들, 수업시간에 배운 각 나라의 사회, 문화적
요소를 반영한 많은 정원들을 보면 그 당시 사람들이 정원을 보면서 어떤 교감을 했고 무엇을 느꼈는지 짐작할 수 있을 듯 하다. 정원과 관련된 인물들의 업적이나 역사적 사실 이외에 개인의 스토리 또한 책에 담겨 있어,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실제로 정원을 산책하며 작가와 대화하는 듯 했다. 이
책이 단지 정원과 관련된 정보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원이 만들어진 목적과 사회, 문화적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어서 각각 정원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나중에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서유럽 지역을 여행해 볼 기회가 있을 때, 비행기 내에서 혹은 숙소에 도착해서라도 이 책을 참고한다면 여행에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이 책을 읽는 잠시나마 유럽여행을 갔다 온 느낌이 들었고 앞으로도 여행 관련 서적들을 더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