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원을 거닐다.」 감상문
2017311469 김지우
이 수업을 듣기 전 나는 정원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작았다. 하지만 이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님의 말씀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니 조금씩 미세하게 정원에 다가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약간은 멀게 느껴지는 정원이라는 문화가 더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럽, 정원을 거닐다.’라는 책을 읽었다.
머리말에서 작가는 본 책은 정원을 심도 있게 공부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정원이라는 문화가 꽤 낯선 우리문화의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고 친숙하게 정원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책이라고 말한다. 책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 각국의 정원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수도를 중심으로 해서 외곽으로 나아가는 형식으로 각 나라의 수도에 비중을 많이 두어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져있었다. 책의 구성 역시 조경전문가와의 질문과 답변, 대화체로 이루어져 너무 무겁지 않게 되어있어 나 같은 초보자들이 읽기에 큰 부담이 없었다. 그렇게 약간은 마음의 짐을 덜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첫 번째 만난 곳은 이탈리아의 산마르코광장과 빌라 감베라이아였다. 사실 처음 몇장을 읽고 조금 당황했던 것은 사실이다. 정원의 소개를 중심으로 그 정원의 구성과 이야기들로 이루어져있을 줄 알았던 내용이 뜬금없이 광장 이야기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끝까지 읽고 나니, 이 책은 유럽을 여행하는 느낌으로 그 나라에 인상 깊은 곳에서 도시의 구조와 이야기들을 지나 그 속에 있는 저명한 정원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정원의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이 없어 페이지는 빨리 넘어갔지만 조금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던 나로서는 아쉬움이 작게 남았다.
책에서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럽적인 것으로 판테온과 산지미냐노를 꼽았다. 판테온은 나 역시 고대유럽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이다. 아마 고대 유럽의 사상과 종교의 색채가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산지미냐노는 로마로 가는 길목에 있어, 도보나 우마차를 이용해 로마로 가는 사람들에게 객관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산지미냐노는 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는데 거기에 40미터가 넘는 종탑들이 치솟아 있어, 반경 30킬로미터도 더 떨어진 거리에서도 종탑들이 보인다고 한다. 로마로 가는 사람들은 종탑을 보이면 로마에 다와 가구나라고 생각하며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산지미냐노는 유럽의 중세풍을 잘 간직하고 있어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로마는 꽤 특이한 도시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링 구조로 중심부터 1순환, 2순환, 3순환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한다. 1순환은 우리가 흔히 관광하는 구도심지역이고, 2순환은 시민들이 사는 공간이며 3순환은 외곽으로 아울렛과 같은 것들이 나타난다고 한다. 1순환에서 책이 소개하는 정원으로는 빌라 줄리아와 빌라 보르게세 정원이 있다. 그리고 외곽으로 나아가서는 빌라 아드리아나와 데스네를 추천했다. 빌라 데스네는 베네딕트 수도원이었던 것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이곳은 교황의 조각들을 모아두는 창고였으며 헝가리 음악가 리스트가 말년에 사제가 되어 종교음악을 주로 작곡하며 활동했다고 한다. 아드리아나는 고대 로마 황제의 별장이었으며 고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정원을 읽으면서 방대한 양의 정원들이 쏟아졌는데, 이들을 시대별로 구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각 시대별로 대표로 어떤 정원들이 있으며 이들의 차이와 발전, 그 역사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다뤘다면 정리가 잘되어 머릿속에 더 잘 남아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프랑스가 이어졌다. 프랑스로 넘어가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단연 베르사유 궁전이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소 딱딱하고 권위적인 느낌이 강한 베르사유 궁전보다 현대미의 감각을 지니고 낭만적인 모네의 정원을 많이 찾기도 한다고 한다. 프랑스 정원에 대해 깊이 들어가기 전 책에 있는 프랑스 정원들의 사진을 보니 이탈리아 정원과 대조되어 느껴졌다. 앞서 봤던 이탈리아 정원은 조금 은은하고 섬세하기도 하면서 거친 느낌을 준다면, 프랑스 정원은 굉장히 넓고 화려하면서 정제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는 프랑스의 경우 절대왕권이 심했던 나라로서 절대자의 의지와 권위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리옹과 같은 지방도시들은 구교가 강해서 아기자기하면서 분수광장이나 채소밭과 같은 중정원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책 속의 답변자는 프랑스에서 인상 깊었던 곳으로 파리 안에 작은 마을인 베르시 마을을 꼽았다. 엣 유적지와 관광지로 가득한 화려한 파리와 다른 색다른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19세기에 사용되고 남은 포도주 창고를 개조한 식당과 상가들이 독특한 느낌을 주고 포도주를 운반하던 레일과 포도밭이 소재가 된 베르시 공원이 옛 기억을 더듬게 해주고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준다.
파리에 대표적인 정원으로 튈르리 정원과 뤽상부르 정원이 있다. 최초의 프랑스식이며 파리에서 가장 오랜 세월 가진 튈르리 정원은 파리 도시발달의 중심축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파리를 산책하거나 주변 박물관을 관람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들르기에 적합하다. 프랑스의 전형적인 정원인 뤽상부르 정원은 강한 원근법을 살렸으며, 남쪽의 사회문화적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예술인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소설가 헤밍웨이도 이곳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이 정원에 이동할 수 있는 일인용 벤치가 있다고 하는데 국내 공원에도 그런 벤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정원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대학 기숙사 정원이다. 프랑스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지은 임대 아파트와 기숙사인데, 국가마다 개별적으로 지어진 기숙사는 온갖 형태의 근대 기숙사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여기서 촬영되었다고 하는데, 다음에 프랑스에 간다면 꼭 들려보고 싶다.
세 번째는 앞 선 두 나라와는 추구하는 방향이 조금 다른 듯한 영국이다. 앞부분에서 답변자가 영국에서 살았던 경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답변자의 애정이 조금 더 느껴지는 것 같았다. 주로 권력과 연관되는 다른 국가의 정원과 달리 영국은 시민의 생활과 밀접한 키친정원이나 허브정원이 발달하였다. 그들에게 마당은 예쁜 것이 아니라 즐거운 일을 할 수 있는, 취미의 공간이라고 한다. 또, 영국은 기하학적인 패턴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던 다른 국가 정원들과 달리 풍경식 정원을 만들었는데, 이는 정원문화가 뒤늦게 발전했던 영국이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는 배경이 존재한다.
영국 편에서 첫 번째로 소개된 정원은 햄프턴코트 궁이다. 정원문화가 그리 발전되지 못했던 영국에서 베르사유나 빌라 데스테와 견줄만한 정도의 어마어마한 궁전은 없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갖고 있는 헨리 8세와 관련된 궁전이다. 현재는 3제곱킬로미터 규모의 정원 중 0.25제곱킬로미터만이 정형식 정원으로 복원되었는데, 베르사유 궁전이 80제곱킬로미터에서 7제곱킬로미터로 축소된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그 규모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햄프턴코트 궁은 프랑스 퐁텐블로를 경쟁 대상으로 삼아 만들어져서 다른 정원들에 비해 기하학적 패턴이 많이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프랑스풍이 느껴지지만 그 안에 영국적인 사고와 생활방식이 담겨있다고 한다. 어떤 부분이 영국적인 느낌을 주는지 궁금했지만 책에 나오지는 않아 조금 아쉽다.
풍경식 정원은 담을 없애고 정원 너머에 있는 주변 풍경까지 정원으로 끌어들여 더 넓고 자연적인 느낌을 준다. 풍경식 정원 중 대표적인 헨리호어의 스투어헤드 정원을 거닐고 있으면 풍경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어 당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답변자가 가장 추천하는 정원은 켄트에 있는 시싱허스트이다. 영국의 유명 여류작가였던 비타 섹빌 웨스트가 만들고 가꾼 정원이다. 어릴 적에도 자신의 집 정원에 관심을 가졌던 그녀는 고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두 번째 정원을 만들면서 다양한 식자재기법을 터득했고, 결혼 후 남편 헤럴드와 그동안 연구해왔던 정원기법을 바탕으로 만든 세 번째 정원이 시싱허스트이다. 정형식 정원을 추구했던 헤럴드와 자연스러운 터치를 좋아했던 비타가 잘 조화되어 멋진 정원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헤럴드는 게이였던 것과 비타는 레즈비언이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배경이 정원에 한층 더 즐거움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정원이 가장 늦게 발달 된 듯한 독일이다. 여기 나오는 나라 중에 유일하게 가본 나라여서 조금 더 기대를 안고 읽기 시작했다. 독일은 바로크시대가 되어서야 프랑스의 영향을 받으면서 정원문화가 발전되었다고 한다. 전형적인 바로크 양식을 담고 있는 정원은 하노버의 헤렌하우젠 궁전이다, 바로크 양식은 자와 컴퍼스를 이용해 만든 것처럼 반듯하며 대칭성을 강조하였다고 하는데, 헤렌하우젠 궁전의 사진을 보니 그 양식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독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계속 반복적으로 나오는 곳이 베를린과 포츠담을 잇는 상수시이다. 베를린 하펠강 가운데에 피우엔인젤이라는 공작섬이 있다. 거기서부터 하펠강 주변과 호수 근처에 굵직굵직한 옛 정원이 줄지어있다. 여기에 베를린과 포츠담의 광역 도시 녹지체계가 포츠담의 상수시 궁전으로 이어지면서 여러 정원이 하나의 길로 연결되어있는 셈이라고 한다. 피우엔인젤 섬에서 수변 위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한다. 여러 정원들이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내가 못 가본 것이 많이 아쉬웠다.
독일에 대해 읽으면서 레네라는 인물이 마음에 들어왔다. 레네는 정원사였지만 프로이센 왕국 시절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윤곽을 잡아나간 사람이다. 프로이센 왕국을 피폐하게 만들었던 나폴레옹 군대가 러시아에게 참패하면서 프로이센은 프랑스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때 프로이센은 왕권을 회복하고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 애썼는데 이때 왕궁과 부속 정원을 재건하려고 애썼는데, 이때 레네를 초빙했다. 레네는 가장 먼저 노이어가르텐을 새롭게 단장했고 건축가 슁켈과 함께 베를린 전체의 미화와 녹지계획을 세우고 란트베르 운하를 설계하는데 참여하였다. 나에게는 다소 멀고 낯설게 느껴지는 정원사라는 직업이 한 도시의 재건에 중심에 있었다는 것은 놀랍고 신기하게 다가왔다.
앞서 말했듯이 세계정원과 문화라는 수업을 듣기 전에 나는 정원에 대해 거의 무지했다. 이번 학기에 들을 강의를 살펴보면서 듣고 싶은 몇 가지 강의를 선택했는데 그 중 하나가 세계정원과 문화이다. 대학을 들어오기 전 대학교에 대한 로망 중 한 가지가 새롭고 신선한 과목들, 살면서 지금 아니면 들어보지 못할 강의들을 듣는 것이었다. 이 강의가 아니면 내가 앞으로 정원이라는 것에 대해서 아주 얕게나마 알아보는 기회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과목을 선택했다. 처음에 수업을 들을 때는 많이 낯설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하나 둘 정원들을 알아가고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천천히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층 더 가까워짐을 느낀다. 그냥 단순히 식물들과 조형물들로 예쁘게 꾸며놓은 것이 정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원에는 역사가 담겨있고 정원사의 인생이 녹아있었다. 책에서 읽은 것 중에 가본 곳도 있고 못 가본 곳도 있는데 다음에 이 네 나라, 아니 다른 여러 나라를 방문하게 되면 그곳의 아름다운 정원들을 방문하고 그 역사와 의미를 느껴보고 싶다. 과제로 인해 읽게 된 책이지만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나도 나이가 들고 돈을 벌게 되면 작지만 소담스런 정원이 있는 작은 전원주택에 강아지, 고양이들과 함께 살면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