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정원과 문화 2017310163 최인서
도심 속 빽빽하게 늘어선 아파트, 새벽에도 끊이지 않는 경적소리, 나에게는 살아오는 동안 너무 익숙한 풍경이었다. 대학에 들어와서 내가 살던 인천보다 더 큰 도시 서울에서 생활하고 나니 결국 지친 몸과 마음이 나에게 이상신호를 보냈다. 나는 특별한 휴식 시간을 나에게 주고 싶어 여행을 계획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장 먼저 바쁜 과제에 치여 읽지 못했던 ‘세계 예술마을로 떠나다’ 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서 나는 ‘모니아이브’ 라는 자연 생태마을을 처음 접했다. 그 곳 마을 사람들은 모두 예술가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들 모두가 함께 정원을 가꾸었다. 그들 중 누구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으며 무엇을 하든 항상 자연과 함께했다. 삭막한 도시 속에 살았던 나에게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정원이란 공간이 주는 의미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런 정원을 직접 가서 느낀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에 유럽으로 무작정 여행지를 정했다. 이 책이 나에게 정원의 대한 궁금증을 안게 한 시발점이었다면 ‘유럽, 정원을 거닐다’ 라는 책은 앞으로의 나의 여행에 대한 참고서가 되어 주었다. 내가 가서 보고 느낄 정원에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되어 들뜬 마음에 책장을 열었다.
유럽 정원을 크게 분류하면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양대 축으로 볼 수 있다. 나도 역시 이 두나라에 초점을 맞춰 책을 읽게 되었다. 이탈리아는 유럽 정원의 역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정원은 상당히 은유적이라고 한다. 가려지거나 감춰져 있고, 님페오라고 해서 로마 시대의 분수, 조각상이나 꽃밭 정원에 있는 오락용 시설처럼 세세한 조각 형태에서부터 정원 정체를 이루어 나가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면 건물을 거꾸로 놓는다든가 마스케로네같이 괴기한 느낌의 형식이 가미되어있다. 반면 프랑스는 정제되어 있는 느낌이 강하다. 이탈리아의 정원 양식을 모방하고 싶었던 프랑스는 지형상 제약 때문에 자신들만의 방법을 찾게 되었다. 같은 바로크 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불리는 명칭만 같지 이탈리아와는 확연히 다르다. 나에게 가장 인상깊은 정원은 르네상스의 완성이자 바로크로 넘어가는 경계에 있는 프라스카티의 알도브란디니이다. 이 정원은 공간 구조상 축 개념이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고, 지형의 단차를 최대한 이용했을 뿐 아니라 마스케로네가 적극 도입되는 등 전환기적 모습이 그대로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 정원을 보면서 이탈리아의 정원에는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손대지 않은 채로 남아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유럽의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파리의 정원은 프랑스 문화의 전통적인 모습과 현대의 모습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더욱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은 정원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꼭 가봐야 할 정원으로 손꼽힌다. 그 중에서도 대자는 궁의 외부를 강조하는데 외부에는 강렬한 프랑스 문화가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베르사유 정원의 강한 시각축을 이루는 통경선과 사방으로 뻗어가는 방사형 소로들은 왕의 권위와 막강한 권력을 상징하며 장관을 이룬다. 이렇게 역사적으로나 미적인 부분으로나 의미가 큰 베르사유 정원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정원이 있었다. 파리 남쪽의 소공원인데 ‘내가 여행자의 입장으로서 정원에 간다면’ 이라고 생각했을 때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이었다. 또한 처음으로 책에서 접하고 감동했던 정원의 형태와 비슷했다. 바로 마을 거주지와 붙어있어서 마을 전체가 이 공원 덕분에 편안한 정원의 형상을 띈다는 점이다. 여행자의 관점에서 베르사유 정원에 간다고 하면 그 웅장함과 역사적의미에 반해 하루 온종일 돌아다니며 애를 쓰겠지만 소공원은 말그대로 나에게 필요한 휴식을 선사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읽기를 마치면서 떠오르는 말이 있다. 정원을 이해한다는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기에 사람에 대한 생각이나 중요한 가치에 대한 이해가 뒤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작가의 표현방식을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당장 그 정원을 감상하는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끼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말을 기억하며 난 정원에 대한 맛보기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여행을 하려한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 라는 말이 있듯이 나에게 앞으로 시작할 여행은 보이는 것이 많은 여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여행을 가는 것 이외에 다른 꿈이 생겼다. 나의 정원을 꾸리고 싶어 졌다. 왕권강화의 목적, 조형미를 위한 목적 등 다양한 목적으로 정원을 조성하는 것처럼 나도 어떠한 목적을 갖고 정원을 꾸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진짜 여행을 떠나 더 많은 정원들을 보고 느낄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