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원을 거닐다> 감상문
유럽정원에 대한 새로운 감상 그리고 나의 바람
2012313721 정치외교학과 이동원
정원. 사실 정원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쉽게 접할 기회도 없을뿐더러 익숙하지도 않은 단어이다. 왜냐하면 정원(garden)이라는 단어하면 서양의 정원들, 특히나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원 같은 거대한 정원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양적인 정원은 ‘정원’이라는 단어에 의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나 또한 평소 정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창경궁, 창덕궁, 경복궁 등 돌아다니면서 그곳에 있는 작은 정원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나마 5년 전에 순천에서 열린 세계정원박람회에 갔었는데 그때 그곳에 조성된 다양한 정원이 아직까지 내 머릿속에 어렴풋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그곳을 둘러봤던 감각을 최대한 되살려보고자 하였다. 또 책을 통해 그곳에 직접 가보는 상상도 해보기도 하였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정원이 단순히 그곳의 꽃과 조형물들에서 오는 미적 즐거움을 느끼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원이 어느 시점에 지어지고 그 모습 그대로 이어져오는 것이 아니라 시대마다 관리자에 의해 개조되고 관리되어져 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시대적 배경이 정원에 베어나기 마련이고 정원의 아름다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정원 조성의 배경 뿐만 아니라 정원을 소유한 사람의 스토리 역시 정원에 대한 감상을 더욱더 풍부하게 만든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단순히 정원이 시각적 조형물로만 알던 나는 이것이 매우 재미있었다. 빌라 데스테가 12세기 베네딕트 수도원을 리모델링한 곳이라는 것 그리고 이런 점 때문인지는 몰라도 헝가리의 음악가 리스트가 말년에 사제가 되어 이곳에 머물며 작곡 활동을 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그 음악이 주로 종교음악인 것이 참 절묘했다. 또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정원 중 하나인 빌라 아드리아나 역시 고대 로마 활제의 별장이라는 점에서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물론 시간이 많이 지남에 따라 그 원형을 보기 어렵지만 남아 있는 터, 유구들을 보면서 과거 로마의 번영을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프랑스로 넘어가보면 베르사유 궁원을 감상하면서 좌우대칭의 정형적 양식이 정원구조를 통해 절대왕권의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이후 나폴레옹이 집권하면서 이전의 절대왕권, 귀족의 시대 때 유행한 정형적 정원 양식이 한풀 꺾이고 비정형식 정원이 만들어진 것이 기억에 남았다. 마지막으로 재미있었던 것은 영국의 시싱허스트를 조성한 비타 섹빌 웨스트의 이야기였다. 레즈비언인 비타와 게이인 남편 헤럴드 부부의 스토리가 정원에 녹아들어 그 특유의 정원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면 보다 정원을 깊이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정원 조성의 역사적 배경과 연관이 다소 있을 수 있는데 정원이 단순히 귀족, 부호 등 권력이 있는 사람의 유흥을 위해 조성된 것만 있지 않다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를 소개하는 파트 맨 처음에 소개된 베르시 공원이 대표적이다. 원래 센 강변에 가까이 위치해 포도주를 유통하는 중심지 역할을 하던 베르시 마을이 세월이 흘러 유통의 구조가 변하면서 쇠퇴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후미진 지역이 되어버린 이곳을 파리 시에서 개발계획을 만들어서 공원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전에 있었던 포도주를 운반하던 레일, 포도주의 저장고 같은 잔재들이 이 공원의 매력으로 다시 탈바꿈한다. 이렇게 소외된 공간이 시민들이 쉴 수 있는 휴양의 중심지로 다시 태어나서 사람들의 발길을 끌 수 있는 것이 정말 좋은 생각인 거 같았다. 그리고 이런 게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다음 이야기와도 연결되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유럽에서의 정원은 그 수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많을뿐더러 시민들과의 거리가 가깝고 생활의 중심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예전에 내가 어떤 토크콘서트에 갔을 때를 떠올리게 했는데 거기서 건축학 교수인 유홍준 교수가 나와서 서울의 지도를 보여주고 공원 간 평균 거리를 보여주고 유럽 어느 도시의 공원 간 평균 거리와 비교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쉴 수 있는 공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프랑스에 개방된 정원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보면서 토크콘서트에 유홍준 교수가 강연한 내용이 떠올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공원이 가까이에 있다면 훨씬 삶의 질이 올라갈 것같다고. 나 역시도 학교 근처에 살면서 날씨가 좋은 날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을 때 도시의 빌딩들을 벗어나 자연 속을 거닐 공간이 별로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점이 매우 아쉬웠다. 그리고 앞에서 느꼈던 것과 연결시켜 보자면 어떤 소외된 지역을 대규모 공원도시로 계획해서 사람들이 쉬고 싶을 때 찾도록 한다던가 공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 거리마다 중소규모의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