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후 현재 작가로, JTBC의 시사예능 '썰전'의 패널로 유명한 유시민 작가. 나는 TV를 보며 그의 논리적인 토론 진행방식과 글쓰기 능력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외향적인 성격 덕에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는 것에는 큰 거리낌이 없었으나, 글쓰기에는 정말 두려움이 많았다. 이공계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수학적, 공학적으로 딱 떨어지는 답이 없는 사회현상들을 글로 표현할 일이 많았고 내 개인적인 생각과 주장을 펼쳐야 할 일이 잦았다. 대학교 과제, 자기소개서 등. 그런 찰나에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고, 유시민의 글쓰기 능력을 조금이나마 닮아보고자 책을 집어 들었다. 유시민 작가가 글을 잘 쓰기 위해 강조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다독. 요리로 치자면, 글쓰기를 위한 좋은 재료들을 마련해 놓는 일이다. 현대의 방대한 지식들을 모두 섭렵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글을 잘쓰기 위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있다. 요리 재료도 없이 요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독은 좋은 글과 나쁜 글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다 주고, 문장력을 길러주며 글쓰기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준다. 둘째는 다작. 초보 요리사가 아무리 좋은 요리 재료를 구비해 놓아도 요리를 여러번 해보지 않으면 미슐랭 쓰리스타 쉐프가 될 수 없는 것처럼 글쓰기에 자신없는 사람이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단문, 일기, 에세이 등의 글쓰기를 통해 글을 쓰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보완해 나감으로써 훌륭한 글쓴이가 될 수 있다. 셋째는 내면 수행. 훌륭한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요리사 본인 스스로가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충분해야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글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글쓰는 사람 본인이 바른 인성과 태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그것이 글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우수한 어휘력과 화려한 문장력으로 성차별, 인종차별, 인권침해와 같은 내용을 주장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좋은 작가의 호칭을 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내가 독서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유시민 작가가 좋은 책이라고 추천해준 목록에 있는 책들 중에 읽은 책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유시민 작가는 인문계생들에게는 자연계열의 독서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는데 나는 자연계열의 독서는 전혀 하지 않고 있었기에 더 큰 위기감 내지는 죄책감이 들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비법, 지름길을 원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은 내일모레 데이트 할 상대의 연락처를 구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니라 좋은 반려자를 구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