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토마스 모어, 페터 힐레스,
라파엘 논센소(히슬로다이우스)라는 세 사람이
대화하는 1권과, 라파엘이 ‘유토피아’라는 나라에 대해 설명하는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에서는 많은 이론 지식과 실용적인 경험을 가진 탐험가 라파엘이
영국의 추기경과 나눈 대화로, 영국 사회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다양한 라파엘의 이야기를 듣던 토마스와 페터는 그가 궁정에서 왕에게 간언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는 직설적이고 거짓말을 못하는 편이라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나라의 궁정에 머무를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라파엘은 ‘사유재산’이
존재하는 한 그 어떤 사회도 완치될 수 없다고 말하며, 재화의 평등한 분배가 건강한 사람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에 동의하지 못하는 토마스는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는 그 누구도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핍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자 라파엘은 그가 약 5년간 머물렀던 나라, 유토피아에 대해 설명한다.
2권에서
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유토피아 섬은 모두 같은 54개의
도시로 이뤄진 나라로, 사유재산은 없고 성별에 관계없이 농사를 지으나,
직업 교육을 통해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있는 나라이다. 그들은 무조건 하루 6시간만 노동하고, 8시간은 취침하며, 나머지 시간은 여가로 삼는다. 언뜻 자본주의인들은 하루 6시간 일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생각하기 쉽지만 라파엘은 이걸로 충분하다고
말하며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필수품을 사실상 얼마나 적은 사람들이 생산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유토피아는
사유재산이 없기 때문에 모두 같은 크기의 집에 살고, 모든 식사는 식당에서 한다. 또, 필요한 물품이든 음식이든 아무런 대가 없이 가져갈 수 있다. 또한 모든 도시는 6,000가구라는 수를 통해 인구 수를 유지하고, 각 해의 농사 결과에 따라서 부족하거나 남는 농작물을 교환한다. 라파엘은
이것을 보고 ‘유토피아’라는 섬나라가 하나의 가구와도 같다고
말한다.
국민들이
필요한 만큼의 식량과 물자를 확보 후 잉여분은 수출한다. 유토피아는 굉장히 부유한 나라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돈과 귀금속을 보유하는 이유는 오로지 전쟁이 났을 때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국민들이 돈과 귀금속에 미련을 갖지 않도록 금과 은을 범죄자의 표시로 사용해 경멸의 대상으로 삼고, 보석은 아기들의 장난감으로 사용한다. 전쟁을 극도로 혐오하는 유토피아인들
이지만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했으나 해결되지 않는 경우, 또는 자국 및 동맹국을 건드려 적을 가혹하게
징벌하고 다시는 괴롭히지 못하게 하려는 경우에는 전쟁을 일으킨다. 그러나 전쟁 전에 적국의 국민들을
매수하려는 시도, 왕의 형제들에게 왕위에 대한 열망을 부추겨 내전을 일으키려는 시도, 적국 인근 국가의 적대감을 부채질하는 시도 등을 통해 최대한 전쟁을 피하려 한다. 그러다 전쟁이 터질 경우, 용병을 고용하고 자국민은 단 한사람도
죽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또한, 유토피아인들의 특징 중 하나는 도박, 사냥 등의 인위적인 쾌락 추구를
지양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쾌락을 ‘모든 인간이 염두에 두고
있는 궁극적인 행복’인 동시에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정신적 쾌락은 주로 음악
등을 통해 이뤄지고, 육체적 쾌락은 건강 상태를 뜻한다고 한다.
이
외에도 라파엘은 유토피아의 건축물, 교육, 종교 등에 대해
얘기한다. 이 이야기를 모두 들은 토마스 무어는 자신의 생각과 다소 다른 점이 있지만, 유럽 사회가 이 ‘유토피아’에서
배워야 할 것들도 분명 있다고 생각하며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많은
사람들이 사유재산 철폐에 대해 뜬구름잡기 같은 허황된 소리라고 하지만, 유토피아처럼 날 때부터 내 소유인
것이 없었고(즉,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을 태어날 때부터 알지
못했고) 사회에서 모든 것을 제공해 준다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오래 전부터 자본주의 사상으로 살아온 현대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금과 은, 보석을 함부로 다루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토마스 모어가 이상적인 사회로 그린 유토피아의 모든 점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사유재산의 축적을 위해 각박한 삶을 살고 있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6시간 노동의 유토피아는 말 그대로 유토피아일 것이다. 책 말미에
토마스 모어 본인이 서술했듯이, 유토피아의 근본적인 틀을 베끼고 현대 사회에 적용하진 않더라도, 자국민들을 보호하고 위하는 마음과, 사람을 돈이나 노동력으로 판단하지
않고 모두 같은 인권을 가진 인간으로 대우하는 점, 노인은 젊은이에게 지혜를 주고 젊은이는 노인을 공경하는
그런 모습들을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