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는 1976년에 초판이 발행되었지만 여전히 세련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 책을 두고 '세련됐다'고 표현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이 책은 철저하게 과학을 다루고 있다.
리처드 도킨슨은 이 책을 두고 교양서라고 했지만 그 내용은 논문과 다른 점이 없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매체로써 비교적 소수가 읽는 전문 학술지가 아니라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양서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우 감각적인 비유가 필요했다. 도킨슨의 설명에는
과장이 없으면서도 모호한 진술 또한 없었다. 특히 DNA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개념적으로만 접근했을 때는 유전자가 갖고 있는 역할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데 포함한 생명과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나도 이 책의 논지를 따라가기에 충분한 설명이었다. 이 책은 출판 된지 50년 가까이 지났지만 거의 수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아주 구체적으로
분자 단위에서 설명한 교과서도 지속적으로 수정을 거치는 데 비해, 수식을 배제하고 말로써 생명과학을
이렇게 정교하게 표현한 것이 놀라웠다.
또한 리처드
도킨슨은 아주 훌륭한 '모델'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화론도 하나의 '모델'이다.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왜 '이렇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거의 모든 해석을 제시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는 귀납적추론이고
반례가 하나라도 제시가 되면 틀린 이론, 틀린 모델이 되어버린다. 다윈의
진화론에서 이어져온 도킨슨의 모델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기 위해 행동한다.'도 아주 탄탄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모델이 되었다. 지난 40여년 간 과학이 믿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발전하였지만 도킨슨의 주장이 잘못 되었다는 명백한 반론이 제시되지
않은 것을 보면 다윈의 '종의 기원'과 같이 고전으로서의
가치는 앞으로도 변함 없을 거 같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슨도 인간에 대한 설명은 기존의 자연과학적 설명 이외의 것도 동원하였다. 그가 이야기 한 '밈'은
인문학을 자연과학적으로 해석한 시도처럼 느껴졌다. 외국인을 보면 이 사람이 아무리 한국에 오래 살아도
모국의 문화, 언어, 그로부터 형성된 사고 방식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다고
느낀 적이 있다. 그 '사라지지 않을 것'들의 단위를
생각해보려고 하고 전달 방식을 논한 것은 매우 신선했다. 하지만 동시에 '밈'은 충분히 더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다. 틀린 내용은 없지만 이 책이 쓰일 당시에는 해당 많은 분야의 연구들이 미진한 시점이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완벽히 2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사고구조를 파악하려는
인지심리학의 분야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도 뇌과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듯이 리처드
도킨슨이 ‘밈’이라고 부른 하나의 단위가 우리의 뇌 속에서
어떤 형태로 존재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