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명서라고 말은 들어왔지만, 워낙 과학에 문외한이고 접할 기회가 없었던 책이어서 1학년 때 교수님이 추천하셨지만 이제야 읽어보게 된 책이다. 리차드 도킨스는 다윈의 진화론의 신봉자로, 생물학, 동물학 등의 분야에 있어서 명성이 높은 학자로, 이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작은 플랑크톤부터 코끼리, 조류 등의 유전자가 어떻게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여 오랫동안 잇고자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여러 방면에서 내가 원래 갖고 있던 지식을 깨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말하자면 나는 동물들의 '종 이기주의', 즉 자신의 종을 다른 종으로부터 지키는 것을 믿어왔는데, 그는 이러한 기준을 어째서 종으로 한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비판을 한 뒤, 세상 모든 생명이 이기적으로 굴게되는 단위는 그 특성, 즉 유전자에 있음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논거로, 사람이 할 수 있는 살인보다 나쁜 행위는-이미 죽은 자라고 하더라도-그 몸을 먹는 식인 행위임을 제시했다. 나는 오히려 이것을 종 이기주의의 논거로 생각했으나, 도킨스는 그 단위를 더욱 좁혀 자신과 같은 유전자나 그 배열이 같은 종을 해한다는 것에 대해서 모든 종이 반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
또한 이 책이 나에게 인상깊었던 점은, 유전자가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고등학교 때 배웠던 원시시대의 유기체의 형성 시절부터, (그는 이것을 원시스프라고 비유했는데, 이 비유가 참신했다.) 단순한 생명체의 형성, 가족에 대한 대부분의 종의 희생정신 등 쉬운 비유를 들어가면서 확장하여 설명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특히 가족- 예를 들어 부모나 형제는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을 확률이 50%이다-은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는 정도가 크므로, 예를 들어 형제 10명을 살리기 위한 한 개체의 자살행위도 결국 유전자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런 도킨스의 시도는 비록 내가 그의 생물학적인 설명을 모두 알아들은 것은 아니었음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가왔다.
이 책이 실제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도덕적 사회적인 차원을 특히 배제하려고 노력한 생물학적인 차원에서의 유전자의 이기적인 태도의 고수이다. 그러나 나는 이 생물학적인 책을 읽으면서, 무의식적으로 전공과 관련지어 사회적인 측면으로 이해해보고 적용해보려는 노력을 한 것 같다. 유전자가 자기의 이기성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유전자를 지키기 위함이고 보통은 자신의 종에 자신의 유전자가 많기 마련인데, 이기성의 적용범위를 유전자라는 작은 범위에 한정된 것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나도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물들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종종 타인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을 우리 인생의 롤모델로 삼고자하고, 존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과 전혀 친족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치고 심지어는 자신의 가정적인 생활을-자녀 양육을 포함하여-포기하기도 한다. 몇몇 사람들은 종의 한계를 넘어 동물을 위해 자신의 생을 바치기도 한다. 나 자신도 궁극적인 목표가 은퇴 후 유기동물보호소를 세워 그런 동물들을 돌보는 것인데, 이러한 목적이 나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넘기고자 하는 본능과 관련이 있는지는 쉽게 판단이 되지 않는다. 생물학적인 도킨스의 입장에 더불어, 사회적인 이기성, 이타성에 대한 고찰을 더 해봐야 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