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라는 흥미로운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선택하였고 읽으면서 흥미로운 내용에 또 빠져들었다. 유전자가 성격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기적이라니 무슨 말이지? 라는 물음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책장을 넘기고 어느새 다 읽고 독후감을 쓰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영화 '루시'가 떠올랐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영화 '루시'에서, 주인공 루시는 어떤 약품에 의해 뇌 기능이 점점 활성화 되고 최종적으로 100%까지 활성화되기에 이른다. 단지 유전자 적인 내용만 보자면, 루시는 뇌의 기능이 점점 활성화됨에 따라 스스로에게 '생명체의 존재 이유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답을 구하고 그 내용을 박사에게 전달하고 자신은 육체를 초월한 존재가 되어 사라진다. 영화의 후반부에 보면 루시가 시간여행을 떠나며 지구의 역사와 진화의 과정 등을 보게 되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우리 모습이 점점 축소되다가 우주로 확대되고, 지구가 점으로 보일만큼 수축되다가 수많은 은하가 보이는 데까지 축소되는 장면인데, 이 수많은 은하와 별들이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는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부분이었다. 생명체에게 있어서 한 생명이 창조되는 과정은 하나의 우주가 생성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명체의 경외로움에 다시한번 빠져들게 되었다.
물론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것에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책에서 주장하는 대로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은 그저 생존 기계일 뿐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곧 공감하게 되었다. 단지 유전자가 홍채의 색이나 혈액형과 같은 유전적 정보만 담고 있는 USB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유전자는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그릇을 자기들끼리 조합하고 만들어냈으며, 그 그릇을 세대를 거듭하면서 더 정교하게, 더 적응을 잘하게 만들었고, 이 세상의 생명체들은 유전자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실제로 찰스 다윈이 주장한 것처럼 생명체는 진화를 거듭하면서 스스로 강점이 되는 부분을 더욱 갈고 닦아 생존의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사막의 선인장은 잎을 가시처럼 만들어 수분손실을 최소화했고, 도마뱀은 주변 환경에 맞게 자신 몸색깔을 변하게 하고, 심해에 사는 물고기는 발광하는 물질을 몸속에서 합성하고, 인간은 지능을 더욱 발달시켰다. 이런 특성들은 DNA가 자신이 갖고 있는 유전적 형질을 더욱 부각되도록 하여 생존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인 것이다. 그 결과로 인해 현재 지구상의 생태계가 형성된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한가지 의문점이 생겼었다. '유전자가 그토록 자신의 생존밖에 모르는 존재라면, 자기 이외의 다른 종족이나 개체는 없애 버리는 것이 가장 유리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었다. 의문점에 대한 답은 생태계의 경쟁시스템이다. 섣불리 경쟁자를 모두 죽여 없애는 것은 그로 인해 다른 경쟁자들이 이득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B, C 모두가 경쟁자인 상황에서 B를 없애버리면 C에게 이득을 주는 것이고, 따라서 B를 그대로 둔다면 B가 C와 다투거나 싸우게 되고 결국은 나에게 이득이 돌아온다. 이렇게 서로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경쟁자를 없애는 것이 반드시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말이지 유전자는 철저하게 이기적이다.
생명체의 존재 이유가 '유전자를 다음세대로 전달하기 위함' 이라고 정하기엔 무언가 허전하게 느껴지지만, 아직까지 '전달'이라는 이유말고는 생명체가 왜 존재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여전히 생명체의 기원은 미궁속에 있으며 이 진화의 끝은 어디일지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 동시에, 생명체들 서로가 서로를 견제 또는 협력하면서 이룩해온 생태계를 보고있자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그렇게 세상은 변화에 적응하여 왔고, 균형을 이루고 있다.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도 그저 유전자를 전달하는 생존기계일 뿐일텐데, 인간도 생태계의 일원임을 깨닫고 균형을 깨트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생명의 신비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