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분량은 짧은 쪽에 속하지만 필요 이상의 내용과 울림을 주어 읽는 내내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과연 나는 여태껏 잘 살았는지, 내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또 그들에게 있어서 나는 어떠한 존재였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꼭 한 번은 읽어볼 만한 소설이라 추천한다.
소설 <이방인>은 “엄마가 죽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임팩트 있는 시작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 뫼르소는 자신의 어머니가 언제 돌아가셨는지도 정확히 모를뿐더러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장례식에
참석한 그는 무덤덤하게, 또는 영혼 없는 태도로 참관한다. 슬픔과
애도는 그의 행동이나 말투에 묻어 나오지 않는다. 작가는 소설의 초반부터 주인공 뫼르소가 어떤 인물인지
확실히 설정한다. 이 장면이 뫼르소의 성장을 고려했을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어머니에게조차 애도를 표하지 않던 그는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관계와 주변 사람들과의 사랑을 이해하게
되며 장례식장의 자신과 거리감 있는 모습을 갖게 된다. 이 초반부에선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했다. 올해 초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서 울지 않았던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난 그 당시 모든 것이 꿈만 같았으며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나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뫼르소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뫼르소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면 난 그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려 노력했다. 문화와 개인마다 애도하고 사랑을 표하는
방법엔 조금씩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보내드렸다. 이때 뫼르소가 소설에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보내드린
것은 아니었을까 상상하기도 했다. 물론 뫼르소가 장례식을 마치고 애인과 데이트를 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을 보고 그 생각을 접어야 했다.
이후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간다. 뫼르소는 한 친구를 사귀게 되는데 뫼르소 일행은 그 친구를 미행하던 아랍인들로부터 미행과 폭행을 당하게 된다. 그러다 그는 햇빛이 너무 강렬해 실수로 아랍인을 총으로 쏴 죽이게 된다. 어찌
보면 정당방위 또는 우발적 사고일 수 있었던 사건은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게 된다. 자신의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슬픔을 보이지 않은 그의 비도덕성, 총 다섯 발의 총을 쏴 아랍인을 죽인 폭력성, 회개를 거부하고 죄를 뉘우치지 않는 이단성이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뫼르소는 사회적 부적응자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로 낙인찍혀 죽을 날을 기다린다. 사형을 기다리던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산 삶과 죽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죽음에 인접해서야 해방감을 느끼고,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준비가 됐다”라며 자신의 어머니도 돌아가시기 전 이렇게 느꼈을 것이고 자신도 동일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마음을 세계에 열어 보이며 자신과 이 세계는 닮았다고 고백한다. 처음으로 뫼르소가 세상 행복하고 편안해 보였다. 이 대목에서 사회의
잣대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자신의 죄가 없다는 것을 인지함은 물론 오히려 죽음을 겸허히 맞이할 준비가 되어 행복하다는 뫼르소.. 그는 내가 처음 예상했던 것처럼 자신의 방식으로 인생을 살며 사랑하고 슬퍼했던 속 깊은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 죽기 직전에라도 삶의 이치를 깨닫고 후회 없이 삶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존경심이 생겼다. 나도 여태껏 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또 최근 들어서는 후회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은 오히려 내가 주체가 되어
제대로 된 삶을 사는데 실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기력해졌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 후회 없이
사는 것과 후회 없이 생을 마감하는 것은 다른 것이라 깨닫게 되었다. 조금의 후회, 조금의 아쉬움을 남긴 삶을 살더라도 그것은 내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뜻이고, 마지막엔 본인의 잣대에 빗대어 미련 없이 생을 마무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뫼르소가 이방인이 된 것처럼 우리도 불필요한 사회적 규범과 가치관을
강요해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이방인들을 탄생시킨 것은 아닐까? 끝으로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마음도 한
결 편안해졌다. 아직까지도 내 마음속 한편에 있던 죄책감이 덜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