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인지도, 모르겠다." 라는 문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카뮈의 이방인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평소 필자는 좋은 책을 고르는 혜안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렇기에 지인의 추천으로 혹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토대로 책을 고르곤 하는데, 그런 점에서 고전문학은 어떠한 책을 고를지에 대한 수고를 덜어준다. 그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역시 그러한 책 중 하나였다.
책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주인공인 뫼르소는 권태로움의 극치를 달리는 인간이다. 그에게 있어 세상 만사는 모두 귀찮은 일이며 그렇기에 그는 그의 자신의 인생에 무언가 자신이 관심을 가질만한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러던 와중에 그는 다소 폭력적인 성향의 레몽이라는 친구를 사귀게 되고, 그와 어울리다가 사람을 죽이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는 결국 재판에 넘겨지고 사형에 처하게 된다.
언뜻 보면 굉장히 간결한 이야기지만 소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여겨 볼 부분들이 꽤 많다. 먼저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뫼르소의 태도이다. 특별히 어머니와의 관계가 안좋았던 것도 아니었지만 뫼르소는 놀라우리만큼 그것에 담담하다. 이는 소설 전반에 다양한 형태로 묘사되고 있는데, 어머니의 죽음 때문에 회사를 결근하는 것이 눈치보이지만 그것이 자기 탓은 아니라고 마음속으로 반문하는 장면이나, 어머니의 관을 땅에 묻을때까지 임종한 어머니의 얼굴을 보지 않은 점, 어머니의 장례 다음 날 자신의 연인과 아무렇지 않게 해변에서 수영을 하고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등의 모습이 그것이다. 물론 오늘날에야 개인주의 만연 등의 이유로 부모와 자식간의 도리, 가족간의 유대감 등이 많이 허물어졌으니 이러한 사고들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당시에 어떻게 이러한 생각들을 하고 이를 주인공으로 삼을 수 있었는지 새삼 카뮈의 능력에 놀랐던 부분이기도 했다. 또 한가지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뫼르소의 재판 과정이다. 사람을 죽인 뫼르소는 그 사건에 대한 인과관계 등으로 처벌을 받아야 공정하지만, 여기에는 어머니에 대한 뫼르소의 태도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책 속에서 검사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어머니의 장례식에 대한 뫼르소의 태도들을 지적한다. 때문에 마치 뫼르소가 사람을 죽여서 감옥에 가고 사형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마치 어머니에 대한 도의적 윤리를 다하지 못해 사형에 처하게 되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카뮈가 자신의 소설을 요약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그는 이방인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사형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해보았을 때 아마 카뮈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우리가 딱히 이유를 따지지 않고 '꼭 그래야만 한다'라고 넘겨버리는 것들에 대한 회의가 아닐까 싶다. 즉, 왜 그래야하는지도 모르면서 이를 따르기 보다는 이유를 알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음이 일치가 될 때 그 일이 보다 가치가 있어지고 의미가 있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소설을 떠나 의미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점은, '번역'에 대한 점이었다. 필자가 읽은 이방인은 이정서 작가가 새로이 번역한 책이었다. 이정서 작가는 이전의 번역된 이방인의 오역들을 지적하며 번역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특히 작가는 이방인의 첫 문장인 "오늘 엄마가 죽었다" 라는 짧은 문장에서 '오늘'이라는 단어 뒤에 쉼표를 찍어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것이 그저 있으나마나한 쓸데없는 논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쉼표를 살려야 카뮈의 의도를 살릴 수 있다는 논문이 미국에서 발표 되었다는 점이나, 실제로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쉼표가 있고 없는 두 문장을 비교했을 때 그 느낌이 다르다는 점 등에서 '올바른 번역'의 가치와 의미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번역이라는 것은 단순히 한 나라의 언어로 쓰여진 책을 다른 나라의 언어로 옮겨 쓰는 것이 아니다. 그 작가의 특성이나 습관등에 대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또한 그 나라의 문화적 특성(영어에는 존댓말이 없다)등을 모두 이해한 뒤에야 비로소 올바른 번역이 가능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