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 대한민국 바둑의 전설이다. 입신, 돌부처, 국수, 최연소 타이틀 획득, 최연소 세계챔피언, 연간최고승률, 세계대회 그랜드슬램, 은관문화훈장, 상하이 대첩의 주인공, 통산 140회 타이틀 획득(이벤트성 대회 제외)… 이창호 9단의 이름은 대부분 한 번씩 어디선가 보거나 들었을 것이지만 그의 업적을 한 번 간략하게 써봤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늘어놓고 나니 더 대단해 보인다.
‘이창호의 부득탐승’은 이창호 9단의 자서전으로, 30년 간 바둑기사의 길을 가면서의 묵묵한 깨달음을 진솔하게 담아낸 수필집이다. 반상 위의 프로, 승부사로서의 관점에서부터 우리가 그동안 잘 몰랐던 이창호 9단의 인간적 모습까지 솔직담백하게 담아낸 책이다. 그동안 이창호 9단을 담은 책은 많았지만, 모두 이 9단이 공동저자로서 들어간 것이지 이렇게 단독저자로서는 책으로는 처음이다.
이창호 9단의 국내외 최고로서의 외면적 모습은 많이 접했었는데, 막상 그 내면에선 어떠한 심정이었는지, 최고가 아니었던 시기는 어땠는지, 또 반상을 벗어난 자리에서는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이번에 본인의 글로 직접 알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에서 특히 깨달은 점은 노력의 중요성이다. 이창호 9단은 본인이 천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 9단의 스승인 조훈현 9단은 이창호가 바둑기사의 기본인 ‘복기’도 제대로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던 적도 있었다. 그는 책에서 ‘내게는 천재적인 재능은 없지만, 그 대신 끈기가 있다. 끈기, 노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다면 더 이상 타고난 재능을 가진 상대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고 고백한다. 바둑 역사상 최고의 기사로 칭송받는 이창호 9단이 이렇게 말을 한다.
솔직히 요즘 세태는 노력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서점에 가보면 베스트셀러가 죄다 자기 마음대로 하면 되고 열심히 할 필요 없고 놀고 뒹굴라는 것밖에 없다. 솔직히 좀 끌렸다. 누가 고생하고 싶어하는가? 힘들이지 않으면 편한 것을. 그러나 이창호 9단의 말을 보고 다시 한번 노력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세계 최고가 아니었던 사람이 끈기와 노력으로 세계 최고가 된다.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인가? 이창호 9단은 책의 말미에서 어린이들에게 “바둑교실의 문을 기웃거리는 수많은 보통 어린이들에게 ‘설렘 가득한 너의 그 얼굴이 20여년 전 나의 얼굴이며, 노력을 이기는 재능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썼다. 평범한 어린이도 노력해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그 장본인이 직접 말해줬는데, 수긍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계 최고를 찍었던 이창호 9단은 이제는 두 딸의 아버지로서 가정을 꾸렸다. 이제는 두고 싶은 바둑을 두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이9단은 그러면서도 올해 본인이 3회 우승, 2회 준우승했던 삼성화재배 본선에 진출했으며 작년에는
중국 바오산 국제바둑마스터스 대회, 영자배 우승 등 또다시 기록을 썼다. 그는 아직도 승부사로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잠시 태만했던 본인의 모습이 부끄러워지고, 달콤한 말에만 치우쳤던 팔랑거림을 반성하게 된다. 내가 존경하는
프로가 ‘너도 할 수 있다’고 말해주니 자신감도 생긴다. 내가 좋아하는 바둑에서나 공부에서나, 다른 영역에서나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한 번 ‘노력’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