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식 교수님의 ‘생명의료윤리’ 수업을 듣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읽은 책이다. 수업과 마찬가지로
반론과 재반론의 구성으로 이뤄진 책 내용은 다양한 관점에서 윤리 문제들을 바라본다. 이 책의 주된 논점은
인간이 동물실험과 같이 ‘인류의 안위를 위해’ 다른 생명을
해치는 행동이 정당한 지이다. 책은 시작부터 인간의 비열하고도 오만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우리가 자원을 착취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운 이유를 논할 때였다. 첫 번째 이유로는 동물에게는 인권이 없기 때문에 생명권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소개된다. 우리가 무슨 자격과 능력으로 다른 생물의 생명권의 유무를 따지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었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표현이 적절히 들어맞는 것 같다. 우리와 동등한 레벨은 아니더라도 똑같이 지능을 갖고 있고 감정을 느끼며 고통도 느낄 수 있는 동물을 단순 물건이나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구로만 여기는 것이 점차 우리 사회에 당연하듯이 자리 잡는 것 같아 착잡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들의 말에 의하면 우리는 동물과 다르게 ‘이성’을
갖고 있다는데 그 이성을 갖고 있다는 우리가 하고 있는 만행들을 보면 우리의 주장은 모순으로 얼룩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보수주의자들,
특히 옛 기독교인들이 내세운 주장으로, 우리는 하나님의 모습과 더 닮았기에 서열상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구상에 있는 다른 생물들을 다스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하나님이 선물해준
자연을 생존하는데 마음껏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주장과는 다르게 이 주장은 어떻게 반박할
것인지 막막했던 찰나 책에선 기독교에서 펼치는 같은 논리로 반론을 제시한다. 바로 성경에서 나오는 구절로
하나님이 지구에 있는 동식물을 만들며 그 모습 자체에 흡족해하셨단 부분이다. 하나님이 만족한 지구의
모습을 우리 마음대로 훼손하고 착취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주워진 의무를 배반하는 것과 같고 신에게 도전하는 것과 같다. 나도 모르게 이 반론을 읽으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했던 부분은 동물을 짐승 취급한다면
어린이나 정신지체, 치매 환자는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지였다. 책에서는
지적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동물의 도덕적 지위를 부정하려면 주변부 사람들과 도덕적 환자의 도덕적 지위도 부정해야 한다고 한다. 이 사람들보다 개나 유인원이 더 영리하고 ‘이성’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논변을 주변부 사람들 논변이라
소개하는데 결국 치매, 식물인간, 뇌사자, 무뇌아, 정신지체 등을 앓고 있는 주변부 사람들의 지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동물의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난 모든 생명은 동등해야 한다고 믿기에 이 논변을
적극 지지하게 되었다. 동물,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기본적인
권리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계속 의문이 들었던 파트는 생명권은 포기나 양도가 가능한가에
대한 논의점이었다. 물론 낙태와 안락사에서 다루는 논점들을 살펴본다면 생명권은 당연 포기나 양도가 가능하다
볼 수 있다. 하지만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이에
대한 논의는 책에서 잘 다뤄지지 않아 아쉬웠지만 달리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라 어쩔 수 없이 넘어갔다. 나름
개인적으로 생각을 해봤지만 생명권이 포기가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칠 시 많은 사람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이 논의에 오래 머무르진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은 무엇인지, 생명은 무엇인지 진중하게 고찰해 볼 기회가 생겼다. 개인적으론 이
책을 정독 후 나 자신에 대해 많이 겸손하고 부끄러워졌다. 바쁜 일상 속에 치이며 생명과 윤리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읽을 것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