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과학동아에 이상희 교수가 연재했던 22가지 이야기를 엮어낸 책이다. 그렇기에 전체를 꿰뚫는 하나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은 단점이기도 하지만 -굳이 얘기하자면 인류 이야기에 대한 가설들과 현재 정설, 정설들이 만들어지면서 일어난 재밌는 일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어디든 보고 싶은 곳을 보면 된다는 것이 또 장점이기도 하다. 한 이야기가 길지 않아서 시간 날 때 조금씩 읽어도 금방 읽을 수 있다. 다양한 얘기를 다루고 있다 보니 사실 리뷰로 남기기에 난감한 책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터넷에 올라온 이 글에 대한 리뷰나 서평은 대부분 한 챕터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하고 그것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남긴 형식이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대부분 재밌기는 하다. 예를 들자면 인류는 농업을 시작한 후로는 아이의 나이가 어느 정도 찬 시점부터 이유식을 줄 수 있게 되면서 우유(젖)를 소화하는 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퇴화되게 진화했다는 얘기가 있다. 우리는 우유를 먹어야 키가 큰다, 우유가 몸에 좋다 등의 얘기를 듣고 미국에서는 스티브 잡스도 잘한 마케팅이라고 얘기한 'Got milk?' 운동이 전역에서 유행했다. 하지만 오히려 성인 중 우유의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나오는 사람이 오히려 소수라는 점을 얘기하며 우유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준다. 어렵지 않지만 재밌는 얘기들이다. 하지만 이런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적는 것은 리뷰를 적는 본인에게도 보는 분들에게도 좋지 않다고 생각되어 더 큰 차원의 얘기를 하고자 한다.
이 책은 고인류학을 전공한 이상희 교수의 글이고 당연하게도 고인류학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고인류학을 전공한 계기에 대해 밝힌 것에 따르면 서울대에 재학 중 교수님께서 인문학과 과학을 같이 할 수 있는 네가 고인류학에 적임자니 외국에 가서 공부해보라고 해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고인류학을 포함한 고고학은 인문학과 과학의 결합체이다. 화석이 아무리 많아도 연도만 분석할 줄 알면 그 종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다. 화석 등을 통해 이론이라고 볼 수 있는 스토리를 구성하고 그것이 잘 들어맞는지 다시 한번 증거자료를 통해 엄밀하게 밝혀야 한다. 어쩌면 과학이 들어간 모든 분야는 이 과정을 거친다고 볼 수도 있겠다.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는 이론도, 원자핵을 둘러싼 전자가 존재한다는 이론도, 그 외에 자연과학뿐 아니라 사회과학의 이론들이 다 이 과정을 거쳐 검증받은 후에 정설이 된 것이다. 이 책을 계속해서 읽다 보면 앞부분 내용은 자세히 읽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어차피 뒤에 가서 틀렸다고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승전결이라는 스토리텔링에서는 재밌지만 정보 습득이라는 면에서는 한 번씩 헷갈린다. "그래서 이게 맞다고, 아니라고?" 질문하다가 다시 보게 된다. 네안데르탈인이 우리 조상이라고 했다가 아니라고 했다가 사람속의 한 종이라고 한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와 교배가 이뤄졌다고 한다. 자꾸만 낚시 정보를 던져준다. 하지만 그게 이 책의 진짜 힘이라고 생각된다. 책 안에서는 내가 흐름을 주도하기 때문에 몇 분 단위로 주장이 반박당하고 새로운 주장이 나오고 정설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만, 역사 속에서는 잘못된 주장이 오랜 기간 하나의 정설 혹은 가장 근접한 진실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 말은 지금 진리, 정설로 불리는 것들도 언젠가 그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와 달리 공룡은 깃털이 있었다는 게 현재 정설이라고 한다. 세상은 바뀌고 중간중간 과학이 아닌 사람의 믿음에 의해 잘못된 진실이 믿어질 수도 있고 증거물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그 세대에서 가장 신빙성 있는 것이 진실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외우는 동안에도 영원한 건 없다는 마음가짐을 품는다면 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