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란 무엇인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행하는 것을 자유라고 하는가. 내 자유를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가. 그게 아니라면 개인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고 사회는 그것을 어떤 기준으로 제한해야 하는가. 자유는 오래된 개념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분제, 노예제는 존재해왔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근대화가 어느 정도 진전되고 나서야 보통 사람들은 개별성이라는 것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개인의 영역을 갑자기 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무작정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자유를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의 권력의 다툼 속에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자유의 의미와 중요성을 잘 풀어낸 책이다.
미리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나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제한할 수 없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야 개인은 그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게임을 하고 싶다면 피시방을 가도 되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해도 되며, 잠을 자도 된다. 하지만 화가 난다고 해서 옆에 있는 사람을 때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그 사람의 맞지 않을 자유를 해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를 때릴 수 있는 경우는 내가 맞거나 그에 상응하는 위협이 있을 때뿐이다. 법에서는 이를 정당방위라고 하며, 밀은 책에서 이렇게 썼다. ‘인간 사회에서 누구든, 개인이든, 집단이든 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뿐이다.’
자유론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장 머리말에서는 자유의 역사적 배경 및 그 의의를 밝힌다. 머리말이지만 밀은 여기서 꽤나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자유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그는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하며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져야한다고 당부한다. 그럴 때에만 자유가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로 인해 잘못될 가능성도 인정한다. ‘우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자기 식대로 인생을 살아가다 일이 잘못돼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령 그런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게 되면 다른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길로 억지로 끌려가는 것보다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인간은 바로 그런 존재이다.’
2장은 생각과 토론의 자유로 자유 중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다. 생각만으로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진 않기에 개인이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사회가 그것을 억압하면 안 된다. 그것이 표현되는 것까지도 제재해선 안 된다. 옳고 그른 건 일련의 토론과정을 거친 후에 판단하면 된다. 밀의 아버지 제임스 밀은 유명한 공리주의자였다. 공리주의란 절대 다수의 절대 행복으로 한 사람이 피해를 보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이득을 본다면 사회의 이익이 커지는 것임으로 선이라고 판단하는 근대의 대표적 철학이다. 스튜어트 밀은 이런 공리주의에 반기를 든다. 그러면서 한 명의 자유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음과 같은 구절로 설명한다.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이것은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완벽히 옳은 이론이나 완벽히 그른 이론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둘 이상이 토론되어야만 서로의 좋은 점을 융합한 더 좋은 이론이 나온다고 믿었다.
3장은 개별성에 대한 이야기로 밀은 이것을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보았다. 인간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계속 성장하는 존재다. 각각은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걸을 수 있으며 무언가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이 모두 개별성이 보장되어야만 가능한 얘기다. 밀은 대량생산체제로 인한 인간성 말살을 경계했다. 인간은 본성상 모형대로 찍어내고 그것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내면의 힘에 따라 온 사방으로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려 하는 나무와 같은 존재이다. 오로지 개인의 관점에서도 자유가 중요하단 뜻이다.
4장은 사회가 개인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인데 오랜 딜레마이기도 하다. 밀은 개별성만큼이나 사회성도 따졌다. 자신이 소속한 사회가 없으면 개인도 자유도 없다. 우선 밀은 사회가 계약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대신 사회에서 보호받은 만큼 개인은 사회에 갚아야한다. 첫째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사유재산 보호나 금권에 대한 이야기다. 둘째 각자는 사회를 방어하는데 필요한 노동과 희생의 몫을 감당해야한다. 국방의 의무가 대표적이다. 이를 준수하는 시민에게 국가는 다른 것을 강제하거나 금지하기 어렵다.
5장 현실적용에선 당시 자유가 침해되던 법이나 영역에 대해 다룬다. 특히 전체주의 흐름의 기조가 보이는 국가의 형태들에 대해 묘사한다. 그 중 하나가 국가주관의 교육인데, 밀은 교육의 의무는 인정한다. 하지만 그들의 입맛에 맞게 교육을 강제하는 것은 반대한다. 국가가 나서서 교육을 일괄 통제하는 것은 사람들을 똑같은 하나의 틀에 맞추어 길러내려는 방편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권력이 사람들의 정신을 장악하고 그 자연스러운 귀결로서 육체까지 지배하게 되는 끔찍한 결말을 경계했다.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다. ‘자유 가운데서도 가장 소중하고 또 유일하게 자유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자유이다.’ 왠지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에서 감동을 느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것 같아 마음 아파서일 수 도 있다. 자꾸만 남이 원하는 대로 우리는 살아간다. 자기 식대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가장 원하면서도 가장 어려워하는 일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