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에서 약속이 있었는데 시간이 남아 들렀던 yes24에서 고른 책. 서민 교수의 말이 기억에 남아 읽을만한 소설책이 없나하고 찾아보다가 눈에 띄어 집어들었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세계문학상 대상작이란다.
연쇄살인범의 이어지는 살인과 이를 카페에 게재하면서 벌어지는 누리꾼들의 반응과 설전을 담은 내용이었다. 누리꾼들은 사람이 죽어나갈 때마다 죽어야될 놈이 죽었노라며 연쇄살인범을 킬러로 우상화하고 숭배하는 반면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무리도 있었다.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쭉 적어놓은 페이지가 있었는데 읽다보니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논지를 흐리고 말을 돌리는 수작인 것 같기는 한데 이걸 어떻게 지적해야 하는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양쪽으로 나뉘어서 치고박고 싸우는 댓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댓글 하나하나를 읽을 때마다 이쪽 편으로 기울었다가 또 다음 댓글에서 저쪽 편으로 기우는 내가 싫었다. 왜 나는 딱 기준점을 가지고 어떤 글을 읽었을 때 그것에 반박할 만한 이야기가 딱 떠오르지 않을까. 견문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생각하기 귀찮아하는 버릇 때문이기도 하겠다.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펜션 모녀에 대한 것이었다. 엄마와 딸 둘이서 살면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다가 우연히 펜션을 얻게 되어 엄마의 소원도 이루고 함께 돈도 벌 수 있게 된 모녀. 그러나 권력을 이용해 접근하는 카페 운영자를 마침내 거절한 끝에 펜션에 대한 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고 결국 펜션은 문을 닫고 그 충격으로 엄마까지 돌아가시게 된다. 옛날에는 불러다놓고 목을 쳤다면 지금은 보이지 않게 그 주변을 이용한다의 차이일 뿐, 거대 권력이 소시민을 족치는 것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구나.
더불어 허름한 옷차림에 걸레질을 한다는 이야깃속의 어머니를 생각하니,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옷도 멋들어지게 입으시고, 항상 에너제틱 하시며 농담도 잘 하시고 여행도 다니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는, 무엇보다 건강하신 엄마에게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아침도 준비해주시고 세탁기도 돌리시고 쓰레기도 처리하시는 엄마의 일들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결코 안되겠다. 엄마같은 엄마를 만나게 되어 정말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