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정신 계승을 위해 민주노총에서 주최한 전국 노동자 대회를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사전 모임에서 전태일 평전을 읽고 관련된 동영상을 감상했다. 그 동영상은 전태일 열사와 윤상원 열사 두 사람의 일기를 서로 비교하며 연관성을 찾는 내용이었다.
당시 전태일이 목격한 평화시장의 근로 환경 실태는 참으로도 열악했다. 이후 그는 근로기준법의 존재를 알게 되고, ‘바보회’를 창시한다.
누가 바보이며 누가 바보가 아닌가? 우리 사회에서 ‘똑똑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을 뜻하는가? 남의 등을 밟고 올라가서는 사람, 남의 피땀의 성과를 가로채는 사람, 남을 속이며 남한테는 절대로 속지 않는 사람, 자신의 이득을 위하여 남에게 손해를 끼치며 남으로부터는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는 사람, 그리하여 돈을 벌든지 권력을 잡든지 하여간에 ‘출세’를 해서 세상 사람들의 찬탄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명예롭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이른바 잘난 사람, 똑똑한 사람들이다
.(조영래, 『전태일 평전』, (재)전태일재단, 153쪽)
전태일 정신의 계승을 위해서는 그의 죽음을 주목하기 보다는 그의 생애와 약자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보아야 한다. 여러 시도들이 좌절되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그가 분신을 택하게 된 까닭을 살피는 것. 그리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이후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연민의 시선을 잃지 않은 것. 수기에 드러난 그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따뜻한 마음을 살펴보아야 한다.
세계 인권 선언문을 살펴보면, 제23조 3·4항에 따라 “노동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그 자신과 가족을 위하여 인간의 존엄성에 어울리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공정하고 상당한 보수를 받을 권리를 가지며,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사회보장 방법으로써 보충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보장받기 위하여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여기에 가입할 권리가 있다.” 또한 세계 인권선언 제24조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노동시간의 합리적인 제도 및 정기적인 유급휴가를 포함하는 휴식과 여가를 가질 권리가 있다.”
당시의 근로기준법은 문서로만 존재하는 허울적인 것이었을 뿐, 실제 평화시장 노동자들이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실효적인 존재를 발휘하지는 못했다. 세계 인권 선언문도 존재는 하지만, 그리고 현재도 근로기준법이 존재하고 고용노동청이 존재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로서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는 것. 그것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투쟁이 필요할 것이다. 그 투쟁의 주체는 위에서부터 이루어지는 투쟁이 아닌, 아래서부터 이루어지는 주체적인 움직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에 동요하고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광주 5월 항쟁에서 윤상원 열사가 투쟁의 현장에 뛰어들게 된 계기 또한 전태일 열사의 죽음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의 내가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할까? 나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노동환경의 열악함과 사회의 각종 핵심적인 모순을 이해하고, 그것들을 재생산해내는 진짜 원인들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 또한 연민의 시선을 가지는 것을 뛰어넘어서, 그들과 함께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