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고전을 읽으라는 말을 듣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골랐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때 책을 꺼내기만 하고 전혀 읽지 않았던 듯 싶다. 아무래도 책 분량도 어린애가 읽을만한 분량이 아닌데다가, 그 주제가 사랑 얘기다 보니 내 흥미를 크게 끌지 못했던 듯 싶다. 그래도 이번에 읽을 때는 끝까지 흥미를 잃지않고 진득하게 끝까지 읽었으니 어렸을 때보다 성숙해지긴 했다는 생각이 들어 내 자신이 조금은 대견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의 큰 줄기를 잡아보려고 책의 뒷 표지에 있는 글을 읽었는데, 거기에 베르테르가 나중에 자살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소설에서 많은 사람들이 혐오한다는 내용 누설을 편집자에게 당하니 꽤나 마음이 허탈해지고 뒷 내용이 전혀 기대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읽기 시작했으니 끝까지 읽자는 마음이 들어서 그만두지는 않았다. 혹시 내 글을 읽는 사람 근처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말해주기를 바란다. 큰줄기고 뭐고 다 필요 없으니 책 뒷표지에 있는 글 읽지 말고 그냥 내용만 꾸준히 읽으라고.
이 책을 읽을 때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내가 사랑을 해 본적이 없어서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소설을 감정이입을 하면서 읽어야 그 참다운 맛을 느낄 수가 있는데, 태어난지 23년, 올해로 24살이지만 사랑을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무슨 감정이입을 할 수 있으랴. 참다운 맛은 커녕 혀도 못대고 끝까지 읽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건, 내가 소설이나 TV에서 사랑이야기는 몇번 봐서, 베르테르나 로테의 심정을 대충은 짐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느낄수는 없었지만. 아무튼 베르테르의 심정을 엄청나게 복잡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로테는 이미 약혼 했었고, 사랑을 접으려 로테 곁을 떠났으나 잊지못해 다시 돌아오고, 또다시 절망하고.... 상황 하나하나가 모두 베르테르에게는 불리하게 돌아간듯 싶다. 로테의 남편인 알베르트가 나쁜 사람이라면 자신이 로테를 구원하는 기사노릇을 하며 로테의 사랑을 받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오히려 알베르트는 베르테르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좋은 사람이었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로테의 곁에서 조금씩 조금씩 깨달아 가던 베르테는 그 사실에 절말하고는 결국 마지막으로 알베르트의 사냥용 권총을 빌려 자살하게 된다. 현대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 말에 공감 할텐데, 이 자살이라는 선택이 참 극단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 사회에서는 한사람이 여러번의 사랑을 나누게 되듯, 이 때에도 로테를 잊으려고 노력하며 지내다 보면 결국에는 자신에게 맞는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텐데, 로테를 잃는 절망을 참지 못하고 자살을 하니, 이 행동은 규탄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배경을 살펴보니 이 책이 출판되고 난 후, 많은 사람들이 베르테르를 따라 자살을 하거나 이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옷을 맞춰 입었다고 하니, 옛날이랑 지금이랑 역시 가치관 차이가 어마어마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테릐 슬픔은 고전문학 카테고리 어디에는 껴 있는 명작이지만, 내 경우에는 조금 감정이입 하기가 힘들었다. 사랑으로 고통받거나, 즐거워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혹시나 나중에 사랑을 나누게 되면 아마 이 책의 다른 면을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