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의 시작'이 된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고미숙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지난 겨울이다.
요즘 말하는 '대2병' 에 걸려 중도휴학을 했던 나의 지난 겨울은 내 21년 인생 중 가장 힘든 계절이었다.
고등학교 내내 열심히 살아온 나는 대학이라는 목표를 달성 했고, 그 이후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데에 실패했다.
반면 내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듯, 취업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워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취업을 하기 싫었다.
무언가를 팔기 위해 살고 싶지 않았고, 한 회사를 위해서 내 인생을 바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살게 되면 너무나도 의미가 없고 재미도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꿈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를 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다.
과로한 탓인지 몸도 아프기 시작해 결국 중도휴학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이후 유투브에 나는 여러가지 강연들을 찾아보았다. 법륜스님과 김미경 강사님의 영상을 보았고,
그 영상들 사이에서 고미숙 선생님의 강연을 접하게 되었다.
삶을 살아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꼭 열심히 살아야하는지 부터 시작해 내가 갖고 있던 모든 염세적인 질문들을 아주 경쾌하게 답해주셨다. 그래서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라는 책을 꼭 읽어야겠다, 다짐했다.
그렇게 2019년이 되었다. 복학을 했다.
올 한해는 꼭 책을 읽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며 살아야겠다 다짐했다.
그리고 첫 번째 시작은 꼭 고미숙 선생님의 책이어야했다.
책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바탕으로, 박지원의 인생과 철학을 바탕으로
21세기를 살고있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형식을 갖춘 책이다.
한마디로, 고미숙 선생님은 '정규직보다 백수가 낫다!' 라고 말하고 있는 책이다.
애초에 인간은 한가지 일만 무한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리듬을 가진 생명체가 아니라고.
그래서 백수가 되어 무얼 하느냐? 펑펑 놀고 먹기만 하라는 말이 아니다. 백수의 장점인 '타임리치' 를 잘 활용하라고 한다.
백수는 시간이 많으니 서두를 필요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넓혀나가야 하며,
마냥 백수라고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통해 경제적으로 독립할 줄 알아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길 위로 나설줄 아는 담대함을 갖춰야한다고.
최근 청춘들 사이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여행'. 고미숙 선생님도 우리에게 여행을 떠나라고 한다.
여행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고, 타자를 만나 또 다시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해야한다고 말이다.
또한 SNS 와 같은 스펙터클을 멀리하고 외부가 아닌 나의 내면에 집중해야한다고 한다.
노동과 화폐, 소비와 쾌락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 나서라고!
읽으면 읽을 수록 내가 가져야 할 (혹은 갖고 싶은) 가치관과 철학이 분명해지는 느낌이었다.
(아, 그리고 목표는 갖지말라고 하셨다. 원래 인생은 목표가 있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다보니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것이라고.)
'방황이 끝나는 순간 탈주가 시작된다. 남에게 묻어가는 1만보가 아닌 내가 걷는 단 한걸음, 이것이 탈주의 시작이다.'
-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중>
지난 겨울까지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휩쓸려 다녔다고 나는 이제 인정할 수 있다.
돈을 좇는 것이 허무한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괜히 불안하니까, 무서우니까. 남들처럼 살아야하나 하고 끊임없이 방황했다.
이제는 용기가 생겼다. 이 책 덕분에 나는 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한 걸음이 힘든 법이지. 난 이미 이 책을 통해 한걸음 내딛은것 같다.
나는 백수로 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