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는 이유는 세상이 변해도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동일하기에, 과거의 사례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잘 헤쳐나가기 위함일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하지만, 결국은 혼자이기에 사회 속에서의 삶은 고단하다. 당장 생계를 꾸려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 일만 하는 가장, 외로움과 사랑에 지쳐 방황하는 젊은이, 진로 고민으로 밤잠을 새는 청소년, 홀로 인생을 마무리하게 된 노인, 직장 상사한테 꾸중을 듣는 말단 사원.
분노, 외로움, 후회, 열정, 즐거움, 흔히 인간의 희로애락은 인간이라면 지니고 있는 것이다. 고전을 통해 과거의 일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결과는 어떠한 지를 보고 우리의 삶에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에 나오는 여러 한문소설의 인물처럼 누군가의 비난과 비아냥을 적절한 유머와 행동으로 대처하는 모습은 좋은 인간관계 기술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한문소설 속에 나오는 여러 등장인물들, 고지식한 사람, 순진한 사람, 재주가 뛰어난 사람 등을 통해 세상을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설날 아침에 거울을 대하고'를 비롯한 한시이다. 고등학생 때는 한시가 지루한 이야기인 줄만 알았지만, 한시의 평화롭고 운치있는 분위기는 인간을 평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한시 '농삿집 풍경'은 필자의 어릴 적 조모댁에서 겪었던 경험과 비슷하여 그리움을 더하였다. 그리고 한시가 임금에 대한 충정, 여성으로서 지켜야하는 정절과 같이 상투적이어서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신선한 한시도 여럿 있었다. 대표적으로 '설날 아침에 거울을 대하고'이다. 세월에 따라 주름은 늘어나도, 그래도 철없는 생각은 여전하다는 내용은 공감이 많이 되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시이다.
그리고 한문소설은 소설이지만, 박지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는 점에서 당시 사회 속의 인물들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소설이라 과장된 모습도 있겠지만, 개성있는 인물들은 왕조체제의 조선이라는 폐쇄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라 생각할 수 있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중국 고전을 많이 인용을 하는데, 이 책에 관련 고전의 대략적인 내용을 각주로 설명하여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중국 고전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김영진 교수님의 독서 모임은 수업 위주로 이루어졌다. 필자의 경우, 사회과학 전공생이고 인문학적 소양도 부족하여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남과 북에서 출판된 박지원의 책도 직접 보고, 조선시대에 나올법한 책도 구경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비전공생으로서 한문으로 된 원본을 보면서 한문의 집약된 정보를 읽는데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나중에 한문 독서법을 배워 전공생처럼 원문의 느낌을 받아보고 싶었다.
이번 모임에서 박지원에 대해 중점적으로 배웠다. 박지원은 조선 후기 때 활동했던 사람으로, 명문가에서 태어난 양반이다. 글재주가 뛰어나서 관직으로 진출할 수 있었으나, 대부분의 삶을 재야에서 글짓기와 민초의 삶 속에 있었다. 김영진 교수님께서 박지원이라는 인물을 현재의 유시민 전 장관으로 비슷하다고 하여 이해를 쉽게 할 수 있었다. 뛰어난 두뇌와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자유로운 영혼. 보통의 사람은 할 수 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어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사람이 보통 사람의 편에서 그들을 대변해 준다는 점에서 멋있었고 본받고 싶은 인물상이라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