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성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읽고 나면 지적 대화에 있어서 호기심을 갖게 되고 모르는데도 웃으며 고개 끄덕이며 넘어가는, 질문이 올 까봐 조마조마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될 것만 같다. 역시나 책을 덮는 순간, 그러한 막연한 자신감이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변모하게 될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하게 논해지는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부분의 쟁점을 정확하게 짚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각 분야의 굉장히 얕은 부분만을 건드리고 있어서, 내가 기존에 가진 지식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지는 중요성은 고교, 학부 과정에서 배웠던 흩어진 지식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해준다는 점이다. 뿔뿔이 흩어진 지식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완성된 지식 퍼즐을 탄생시키는 과정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또한 책을 읽었다고 해서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게 된다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반복적인 설명과 강조, 중간정리와 요약 등을 통해 기억에 더 오래 남을 수 있도록 한 저자의 노력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책 전체에 걸쳐 저자는 현실세계를 소수의 지배자와 다수의 피지배자로 이분화하고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를 하나로 관통하는 거시적 흐름을 형성한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보수와 진보,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의무론과 목적론 등 결국 세계는 단순하고도 대립적이다. 역사는 먼저 직선적 시간관에 의해 원시 공산사회, 고대 노예제, 중세 봉건제, 근대 자본주의, 현대의 다섯 단계로 구분된다. 또한 생산수단과 공급과잉이라는 핵심개념을 중심으로 굵직한 세계사적 사건들의 원인과 결과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결국 역사를 움직인 토대는 ‘경제적 개념’이었다는 결론으로 귀결되며 자연스레 이야기는 경제 편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정부의 시장개입 정도에 따라 경제체제를 초기자본주의, 수정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공화주의로 구분하고 경제에 대한 입장 대립을 ‘시장의 자율성 추구’와 ‘정부 개입 추구’에 초점을 맞춘다. 오늘날 논쟁의 중심이 된 수정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선택 문제에 관해서는 정치적 관점으로 이어진다. 보수와 진보는 ‘성장’과 ‘분배’라는 핵심개념을 중심으로 보수는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진보는 정부개입을 추구하는 수정 자본주의의 입장으로 설명된다. 정부 체제를 결정하는 방식으로는 민주주의와 독재주의(엘리트주의)로 구분되며, 이익 대립에 있어서 민주주의가 적합한 정치 형태이고,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을 선별하는 시야를 가져야 함을 강조한다. 사회 파트에서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자연권, 미디어의 특성을 살펴본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로 단순하게 구조화된다.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냐는 개인의 가치판단에 맡긴다. 이를 위한 토대가 윤리 파트에서의 의무론과 목적론에 대한 이해다.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고교 때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듣고 배워온 것들이다. 다른 어떤 것들보다 깊이 있는 지식을 가장 많이 습득한 분야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시험이 끝나면 꾸역꾸역 밀어 넣은 지식을 게워내고 새로운 분야의 지식들로 채워 넣기 바쁘다. 지적 대화로의 발전 가능성은 사라지고 그저 단편적 지식 조각들로 흩어져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대학 입학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신입생들에게, 다방면의 지식을 얻고 싶지만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책이라 생각한다.
‘이로움’과 ‘유익함’을 갈망하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꿰뚫어보았다.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단기적으로 많은 지식과 깨달음을 얻고 싶은 마음, 얕은 지식이라도 한 번이라도 ‘아는 체’ 해볼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가히 완벽한 ‘대중서’라 평가하고 싶다. 대화와 소통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형성해주고자 했던 저자의 노력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은 지적 대화를 위한 지식들이 세계를 이해하는 토대로서 작용할 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