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권은 현실세계 편으로 출판되었으며,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분야를
다루었다. 그에 반해, 본 책은 현실세계 편에서 다루지 않은, 현실너머의 분야인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에 대해 정리하였다. 사실, 한 분야에 관한 지식을 얻는 것도 한 권의 책만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 책은 각각의 깊고 방대한 지식을 지적 대화를 위한 교양의 수준으로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깊고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에도 바쁜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교양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철학만 봐도, 단순히 책 몇 페이지만으로 정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저자는 과감하고 위험할 수도 있는 서술 방식을 택했다. 우선 지식을 시간 순으로 기술하였다. 이런 방식은 소설과 같이 긴장감을
유도해야 하는 장르에서는 자칫하면 지루하고 따분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지식을 짧고 간단히 전달하기
위한 방식으로는 적절하다. 독자가 시간 순으로 정리된 글을 봤을 때,
상대적으로 개념 간의 인과 관계를 파악하기 쉽고, 그로 인해 어려운 개념을 거부감없이 쉽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시간 순 서술로 인한 단점도 존재한다. 개념적으로
다른 연계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한데, 시간 순으로 정렬되다 보니 깊은 전달이 힘들어진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이분법적 분류를 통해 개념을 설명한다. 이분법적
분류는 독자가 개념에 접근하는 것을 쉽게 하고, 저자가 개념을 전달하는 것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본 책에서는 전체 개념을 크게 절대주의와 상대주의로 나누어서 접근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맥락을 잡음으로써 시간 순 서술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시간 순 서술을 하면서, 세부적으로는 이분법적 분류를 통해 개념을 넓으면서도 되도록 깊게 전달하려고
했다. 그러나 개념을 이분하여 접근하는 것은 다소 위험한 접근이며, 저자
역시 이를 경계하고 있다. 개념을 이분하게 되면 의도하지는 않더라도 두 개념의 우위가 생기게 되며 한
개념이 다른 개념을 탄압하게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서로 연결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상반되고 적대적인 개념으로 여겨지게 될 수 있다. 이처럼
이분법적 분류는 효율적인 전개 방식이지만, 독자의 사고를 제한하고 단편적인 정보만을 제공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 책을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기 전에 전반적인 교양을 전달한다는 목적으로 제한하면서, 향후에 더 알고 싶은 정보를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기를 독자에게 권장하고 있다.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저자는 시간 순 서술, 이분법적 분류라는
전개 방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독자가 이 책을 찾고 꾸준한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 이 책이 가진 초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방대한 지식을
단 두 권에 축약하기 위해서는 피상적인 정보만을 제공할 수 없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진정한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독자가 스스로
더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이분법적 분류는 자칫하면 독자가 부족한 부분이
없다고 느끼게 할 수 있다. 사람은 어떠한 개념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그 개념을 자신이
정한 기준을 통해 두 범주 중 하나의 범주에 넣는다. 예를 들어, 지구에는
다양한 동물이 있지만, 이를 그 많은 동물들 모두를 이해한다는 것이 아니라 척추라는 기준을 통해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로 구분하여 이해한다. 저자가 기술할 때부터 개념을 이분하여 설명하기 때문에, 독자는 읽을 때부터 쉽게 이해가 된다고 느끼고, 더 필요한 개념을
찾을 필요성을 잃어버린다. 그렇기에 독자가 이 책을 읽을 때는 이 책을 교양 입문서라 여기고 스스로
사고하고 경계하면서 읽어야 비로소 이 책의 본연의 가치가 살아날 것이다.